◆'IB타워' 말레이시아 스카이라인을 바꾸다
특히 대우건설이 쿠알라룸푸르 중심가인 빈자이지구에 짓는 IB타워는 준공 후 말레이시아에서 3번째로 높은 건물로 기록될 예정이다. 말레이시아어로 '일함바루-새로운 영감'이라는 의미의 IB타워는 지하 4층~지상 58층, 높이 274m 규모로 신축공사가 한창이었다.
이어 41~53층, 55~58층은 각각 서비스드 아파트와 펜트하우스로 구성된다. 건물 상부에 주거공간이 마련되는 것은 말레이시아에서 최초라는 것이 대우건설 측 설명이다. 설계는 애플사의 신사옥을 디자인한 하이테크 건축의 거장 '노먼 포스터'가 맡았다.
이 빌딩의 백미는 스킵 플로어(Skip Floor) 공법을 변형·적용한 37~40층이다. 주변의 소음 민원으로 공사기간이 늦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4개 층의 시공을 건너뛰고 상·하부 동시작업을 펼친 것. 35층까지 야간 작업을 승인받았으나 65dB(데시벨)까지 허용되는 상업시설지역에 위치해 소음에 민감했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인근 건물보다 고도가 높아진 지금은 보다 자유롭게 공사를 진행 중이다.
이기순 현장소장은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41층 이상을 쌓아 올리는 동시에 시공을 미뤘던 37~40층에 경사기둥(슬랜팅 컬럼) 등을 설치했다"며 "이 공법을 통해 3개월의 공기 단축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건물 외벽을 지그재그로 감싸는 이 기둥은 단위당 1.8x2.5x54.5m로 이뤄진다. 입찰 당시 철근콘트리트 사용을 제시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 낙찰받았다. 기둥을 모두 밖으로 노출해 건물 내부는 뻥 뚫린 형태가 된다.
이 소장은 "노먼 포스터의 까다로운 설계에도 불구하고 말레이시아는 건축가의 지위가 높고 공기로 인한 소송이 많아 계약 사항을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라며 "시스템 서포트 자재를 국내에서 공수해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고층 건물을 지을 때 발생하는 기울어짐 현상인 시공 중 변위를 제어하는 BMC(Building Movement Control) 기술도 눈여겨볼 만 하다. 엘리베이터 설치 전후에 발생하는 건물의 기울어짐은 시공성을 저해하고, 엘리베이터의 성능 저하를 가져오는 등의 악영향을 미친다.
이에 대우건설은 BMC 기술을 적용해 하중 증가 등 복합적인 요인들을 시공 전 해석 단계에서 예측하고, 시공 중 건물 내부에 센서를 설치해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이기순 소장은 "15~45층은 시공 시 15㎜씩 동쪽으로 밀고 알파벳 'S'자 형태로 50㎜마다 보정을 가했다"고 전했다. 이밖에 콘크리트의 강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균열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온도 제어 기술도 활용됐다.
대우건설은 IB타워 공사가 마무리되면 텔레콤 말레이시아 타워(310m)와 KLCC타워(267m)를 포함해 이 나라에서 2~4번째로 높은 건물을 시공한 건설사가 된다.
◆말레이시아 최대 규모의 '마트레이드 센터'
아울러 쿠알라룸푸르의 몬트 키아라 지역에는 12개의 전시공간을 포함한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의 컨벤션 센터가 건립 중이다. 고무나무 열매 모양을 모티브로 한 '마트레이드 센터'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와 부산 벡스코보다 넓은 전시면적을 자랑한다.
센터 인근에는 고등법원과 공무원 아파트 등이 위치해 있으며 40층 규모의 호텔.상업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대우건설은 마트레이드 센터를 성공적으로 건립해 추가 수주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24시간 쉬지 않고 공사가 진행되는 이 현장에서는 쳐짐에 강한 포스트 텐션 기법이 적용됐다. 철근 매입용 케이스인 시스를 콘크리트 속에 매입해 타설하고, 콘크리트가 굳은 이후에 철근을 매입·결합시키는 방식으로 하중에 강하고 균열이 생기지 않는 장점이 있다. 또 시간당 1.2m를 인양하는 잭업(Jack-up) 공법은 공기를 15일 이상 단축시켰다.
이혁재 차장은 "마트레이드 센터는 말레이시아 최대 규모의 컨벤션 센터로 시공되며 중앙에 180x72m의 무지주(기둥이 없는) 대형 전시 공간이 마련될 예정"이라며 "파이프 트러스트 구조의 독특한 지붕 구조물 등 높은 기술 수준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이어 "비가 자주 오는 말레이시아의 기후 특성을 고려해 완공 이후 빗물을 사용한 수자원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설계했다"며 "대우건설의 위상을 높이도록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동남아 건설현장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