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하의 갤럭시노트] ‘끝없는 사랑’은 왜 ‘끝없는 분노’를 낳았나?

2014-10-27 09:07
  • 글자크기 설정

[사진=SBS '끝없는 사랑' 방송 화면 캡처]

아주경제 김은하 기자 = 과정은 즉흥적이었고 결론은 황당했다.

애초 현대사를 치열하게 살아간 젊은이의 이야기를 담겠다는 기획의도로 호기롭게 출발했지만, 용두사미로 끝난 ​SBS 주말드라마 ‘끝없는 사랑’(극본 나연숙‧연출 이현직) 말이다.

37부작으로 종영한 ‘끝없는 사랑’에서 여주인공 서인애(황정음)의 복수는 36회에서야 시작됐다. 영화배우였던 서인애는 학생운동에 앞장서며 ‘한국의 잔다르크’로 추앙받지만, 권력층에게 납치돼 고문과 성적 유린을 당하고 임신한 채 옥살이를 한다. 매회 당하기만 하는 서인애를, 성폭행으로 임신한 아이를 낳아 기르겠다는 서인애를 보며 시청자는 지쳐만 갔다. 36회 동안 당하기만 하다가 후반 2회에서 초고속으로 펼쳐지는 서인애의 복수는 시청자에게 통쾌함을 주기에는 급작스러웠고 극단적이었다.

마지막 회에서는 8년, 15년 총 23년의 세월이 흘렀는데 자막 한 줄로 모든 것을 해결했다. 시대에 맞지 않는 세트장은 생방송급으로 진행되는 제작환경 때문이라고 치자. 보는 이를 화나게 한 것은 최소한의 소품과 의상은 고사하고 배우에게 주름 한줄 그려 넣은 성의조차 보이지 않은 제작진은 무책임함에 있었다.

‘끝없는 사랑’의 큰 축이었던 서인애 한광훈(류수영) 한광철(정경호)의 삼각관계도 다소 황당하게 마무리됐다.

드라마는 작품 내내 서인애와 한광훈의 사랑보다는 서인애에 대한 한광철의 짝사랑을 비중 있게 다뤘다. 한광훈은 자신의 야망을 위해 서인애를 등졌지만, 한광철은 서인애에게 ‘끝없는 사랑’을 보여줬다. 하지만 서인애는 강간당해 낳은 딸을 살뜰이 보살핀 한광철을 버리고 한광훈을 택했고, 한광철은 서인애의 딸을 키우면서 원수의 딸 김세경과 결혼했다. 서인애의 딸이 한광철을 아빠라고 부르고, 서인애를 엄마라고 불렀지만, 두 사람이 부부가 아니었다는 반전은 황당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복수와 반전으로 신의 한 수를 노렸던 제작진의 노력은 물거품이 됐다. 9.3%(닐슨 코리아 기준)로 막을 내린 ‘끝없는 사랑’. 다소 허무맹랑한 스토리와 개연성 없는 전개는 시청자도 외면하기 마련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