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삼성중공업이 한국이 독자 개발한 액화천연가스(LNG) 화물창을 적용한 LNG운반선의 최초 건조사가 됐다.
‘한국형 LNG 화물창’은 기 개발됐으나 해외 선주들로부터 선택을 받지 못해 상용화가 지연됐다. 거액의 투자를 요하는 선박의 특성상 신기술 적용보다는 기존에 널리 활용돼 안전성과 품질을 인정받아온 해외 전문업체의 제품을 주로 선호하기 때문이다.
SK해운은 24일 한국가스공사 LNG선 입찰에서 그룹A 부문(KC-1선형) 2척에 대한 운영 선사로 최종 선정됐다고 밝혔다.
KC-1은 가스공사와 삼성중공업·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3사가 공동 개발한 ‘한국형 LNG 화물창’이다. 가스공사가 개발한 육상 멤브레인형 LNG저장탱크 기술을 활용, 2004년 국가연구사업으로 개발에 착수해 완성했다.
LNG화물창의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 GTT가 개발한 ‘Mark III’처럼 멤브레인형으로 분류되는 기술로 기존 기술에 비해 안전성을 크게 강화했다.
KC-1 기술은 동일한 형상의 주름을 가진 금속 멤브레인으로 1차 방벽과 2차 방벽을 근접 배치하고 단열층을 하나로 구성해 시공성과 운영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단열재로 사용되는 폴리우레탄폼(PUF)은 기존에 비해 열 차단 성능이 높고 제작이 용이해 가격이 저렴한 장점을 가지고 있으며, 1차 방벽과 2차 방벽의 근접구조는 운전 시 두 개의 멤브레인이 비슷한 온도에서 운전되기 때문에 유사시 LNG가 누설되더라도 2차 방벽에 열충격이 가해지지 않는 특성을 갖고 있다.
가스공사는 새로운 기술을 처음으로 적용할 때 늘 언급되는 최초 리스크의 완화를 위해 국제적 선급사 주관으로 위험도 평가를 수행하고 도출된 요인에 대한 대책을 설계에 반영하는 등 철저한 검토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건조되고 있는 LNG선은 척 당 선가의 5%인, 100억원 정도를 원천 기술사에 로열티로 지급하고 있다. LNG선 건조 수익률을 10%로 가정했을 때, 조선소에서는 선박 한척을 건조하고 겨우 200억원 정도 남기게 되는데 이 수익의 50%에 해당하는 금액을 로열티로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 따르면, 올 7월말 현재 전 세계에서 운항 중인 LNG선은 모두 395척으로 이 중 58%인 229척이 국내 조선소에서 건조됐으며, 건조 중인 LNG선은 총 101척이다. 현재 기준으로 계산해 보면 원천 기술사에 지불했거나 지불해야 하는 기술료는 3조원이 넘는다.
따라서 KC-1이 성공적으로 상용화 되면 이같은 기술료 부담을 낮추면서, 세계시장 공략을 본격화 할 수 있다. 또한 LNG선의 국산화 비율을 높일 수 있어 조선사와 협력관계에 있는 기자재 업체의 실적에도 도움을 줄 전망이다.
삼성중공업은 KC-1 화물창을 적용한 LNG선을 오는 2017년까지 완공해 SK해운에 인도할 예정이다. 또한 SK해운은 향후 20년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사빈패스 LNG기지에서 우리나라로 1척당 매년 약 50만t의 셰일가스 운송을 담당하게 된다.
LNG선 한 척은 연간 400억~500억원 정도의 운임 수입을 올릴 수 있어, SK해운은 LNG선 2척을 수주해 향후 20년간 최대 2조원대 매출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했다.
SK해운 관계자는 “KC-1선형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해 외국에 지불하던 막대한 로열티를 줄일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 국내외 LNG선 사업에 박차를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SK해운은 이번 수주를 바탕으로 SK E&S가 추진하고 있는 프리포트 LNG 프로젝트 등 SK그룹 내 LNG 사업의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SK해운은 지난해 국내 선사 최초로 국제 LNG선 운영사로 선정돼 토탈사의 18만BM급 LNG선 2척을 20년간 운영을 맡았다. 또 올해 8월 동 선박에 세계 최초로 저압가스로 연소가 가능한 바르실라사의 X-DF 엔진을 채택하는 등 기술개발에 나서고 있다.
SK해운은 현재 6척의 LNG선을 운영하고 있다. 2017년에는 총 10척을 운영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