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부원·문지훈 기자 = 국민은행 주 전산기 교체를 둘러싼 KB사태가 KB금융지주 차기 회장 내정으로 어느 정도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지난해 10월 31일 국민은행 임시 운영위원회에서 차기 주 전산시스템으로 기존 IBM 대신 유닉스를 선정한 지 거의 1년 만이다.
회장 내정자가 결정되면서 적어도 혼란스럽던 조직을 추스르는 데는 탄력을 받게 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그러나 KB사태가 금융권 전반에 지우기 힘든 상처를 남겼다는 우려와 자성의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다른 금융사에서 언제 또 이와 비슷한 사태가 발생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KB금융 뿐 아니라 정부와 금융권이 올바른 기업 조직문화를 만드는 데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윤종규 전 부사장의 회장 내정은 금융권에 낙하산 인사를 최대한 배제하고 내부출신 CEO가 필요하다는 열망을 높이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능력있는 인물이라면 외부출신이어도 선임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지만 KB금융 사태의 주요 원인 중 한가지로 낙하산 인사에 따른 갈등이 꼽히면서 흐트러진 조직을 정비할 내부출신 인사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또 차기 CEO를 길러낼 수 있는 CEO승계프로그램에 대한 필요성도 커졌다. 특히 금융당국이 금융그룹 지배구조 상의 문제점을 더욱 심각하게 고민할 수 있는 계기도 됐다.
이와 관련해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KB사태에 대해 "지배구조의 문제가 그대로 드러난 것 아닌가 싶다"며 "(KB금융) 이사회와 CEO, 그밖에 지배구조 관계된 사람들이 일과 책무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다"고 말한 바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KB금융 사태를 계기로 올바른 금융그룹 지배구조를 만드는 데 더 많은 고민을 할 수 있게 됐을 것"이라며 "금융당국이 KB금융 뿐 아니라 금융권 전반의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적극 나서기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금융감독 시스템의 문제점을 되돌아보는 계기도 됐다.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에게 중징계가 내려지기까지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이 전 행장에 대해 중징계 사전통보, 제재심의위원회의 경징계 그리고 다시 최수현 금감원장의 중징계로 징계 수위가 오락가락 하면서 징계 시스템의 허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주요 금융사에서 경영진 간 극단적인 불협화음이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이 전 행장이 금감원에 이른바 '자진 납세'를 하기 전까지 감독당국이 손을 놓고 있었다는 점도 비판을 받았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KB금융 사태를 계기로 금융감독 및 징계 시스템의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됐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