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다이빙벨’은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발생 뒤 벌어진 ‘다이빙벨 투입 논란’을 중심으로, 사건을 다루는 언론의 보도 태도와 정부의 무능력한 대응방식을 비판적으로 다뤘다. 고발뉴스의 이상호 기자가 기록한 영상과 녹취록을 다큐멘터리 감독 안해룡이 다듬어 세상에 내놨다.
이상호 감독은 “세월호 참사 이후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는 사기꾼이 됐고, 나는 사기꾼을 세월호에 끌어들인 살인자가 됐다”면서 “다이빙벨이 사기라고 주장하는 국회의원들도 아마 자기 자식이 바다 속에 있다면 다이빙벨을 요청할 것이다. 다이빙벨 없는 구조 현장은 있을 수 없다”고 호소했다.
이종인 대표에 대해서는 “그는 운동권, 진보주의자가 아니다. 과거 한나라당 청년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고, 전두환 정부 체계를 좋아하는 골수 여당이다. 그런 그가 갑자기 왜 정부에 반기를 들었겠느냐”고 설명했다.
영화가 다이빙벨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과학적 증명은 이종인 대표에 대한 지나친 보호라고 생각했고 ‘다이빙벨이 구조를 방해하는 살인 무기’라는 반대편의 주장이 너무 터무니없어 굳이 증명할 필요를 못 느끼기도 했다. 현장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고 해명했다.
이상호 감독은 “유족들이 다이빙벨을 악의적으로 판단했던 것은 현장에 난무한 소문들 때문”이라고 했다. “지휘자와 컨트롤 타워가 부재한 팽목항을 유가족이 지휘했다. 해경이 한 일은 언딘에게 모든 것을 미룬 것뿐”이라고 울분을 토하면서 “야간 조명탄을 쏴 달라고 한 것도, 공기주머니를 달아달라고 한 것도 유족이었다. 정부는 유족의 요구를 따라가기에 급급했다”고 했다. “선내에 공기를 주입해 달라고 했을 때 정부가 어떻게 했느냐. 유해 공기를 자전에 바퀴에 공기 충전 하듯 소량만을 주입했을 뿐”이라고 무능한 정부를 비판했다.
이상호 감독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6개월이 됐다. 6개월밖에 안 지났는데 벌써 이런 영화 필요하냐는 의문을 품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6개월이나 지났는데 진실이 규명되지 않아 고통받는 사람이 있다”면서 “6개월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세월호는 철 지난 유행가처럼 매도당하고 있고 유가족은 광화문에서 낭인들처럼 지내고 있다. 진실이라는 태양이 비추지 않은 어둠 속에서 지낸 유가족을 생각하며 하루라도 더 빨리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부산국제영화제 당시 표를 구할 수가 없었다”는 질문에 이 감독은 “영화가 조기에 매진됐지만 빈자리가 적지 않았다”면서 “여러 경로를 통해 예매가 진행되다 보면 이런 일이 종종 생긴다고는 하더라.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함부로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면서 추측을 자제했다.
이상호 감독은 “(희생자를) 왜 못 구했는지, 못 구한 것인지 안 구한 건지 아직도 풀리지 않는 의문이 많다”면서 “다이빙벨의 투입을 막았던, 다이빙벨을 살인 무기 취급했던, 해경의 구조 실패를 조직적으로 보도하지 못하게 했던 보이지 않은 손에게 물어봐야 할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상호 감독은 “작은 카메라와 마이크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기록했다. 이 영화가 다른 매체의 카메라와 노트북에 담긴 진실을 세상에 나오게 하는 마중물의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23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