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한선 기자]
대통령이 나서 4월 16일 이전과 이후의 대한민국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지만 안전사고가 계속 일어나고 있다.
여기저기서 우리 사회의 빈틈이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마치 그동안 곳곳에 도사려 있던 위험들이 속속 비집고 나오면서 사고들이 일어나고 있는 양상이다.
올해는 성수대교가 붕괴한 지 20년이 되는 해다.
수많은 대형사고들이 계속되고 있지만 사회와 우리 의식의 빈틈이 많다는 것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도로가 꺼지는 현상이 나타나 파보니 땅속에서 주위의 공사로 인해 만들어진 큰 동굴이 나타나지를 않나 환풍구 위에서 공연을 보던 수십명이 사망하는 어이없는 사고가 계속되면서 우리나라가 과연 선진국의 문턱에 가까운 나라인지 의심이 간다.
우리나라가 내세우고 있는 것은 전쟁 후 황폐화된 나라에서 경제 발전을 이루면서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이 된 발전 모델이 대한민국 밖에 없는 가운데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처지를 모두 이해하며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들이 국내에서 계속되는 사고들을 접하게 되는 경우 우리나라의 모델이 결국 사상누각이라는 생각만 들 것이다.
경제와 정보통신 분야 등에서 스트레스 테스트라는 용어를 쓴다.
부하를 걸어 어디까지 견딜 수 있는지 시험하는 것이다.
강한 부하에도 견딜 정도의 안정적인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한 시험이다.
금융 당국은 은행들의 건전성을 시험해 보기 위해 경제 상황 악화를 가정하고 견딜 수 있는지 시험해 본다.
생산, 환율 등의 급격한 변동 등 예외적으로 가능성이 있는 경우를 가정하고 금융시스템이 얼마나 취약한지 시험하면서 안정성을 평가하는 것으로 외부의 강한 충격에도 대응할 수 있는 위기관리 능력을 은행들이 갖췄는지 보고 잠재적인 손실도 평가한다.
원래는 정보통신 등 분야에서 시스템 안정성을 보기 위해 부하를 가하면서 검사하는 것을 의미하는 용어다.
통신 분야에서는 망에 과부하가 걸리더라도 견딜 수 있는지 과부하 상황을 가정해 안정성을 시험한다.
네트워크망의 경우 다중 동시접속 과부하에도 견딜 수 있도록 안정성을 갖추는 것이 필수다.
사회의 빈틈을 찾기 위해 이같은 스트레스 테스트를 모든 부문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
취약한 부분을 찾고 실현 가능성이 있는 과부하에도 견딜 수 있도록 시스템을 보강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점차 고도화되고 복잡해지면서 네트워크화되고 한편으로는 중장집중화하면서 고위험사회가 돼가고 있다.
통신이나 인터넷이 마비되는 경우 우리사회는 큰 혼란과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은 이미 경험해 봤다.
이번 판교 사고에서 환풍구 위에 27명 이상이 올라가 있었다면 몸무게 65kg으로 가정했을 때 1.8톤으로 2톤 가까운 부하가 걸리게 된다.
한 명 한 명이 공연을 잘 보기 위해 올라가다가 어느새 10명이 되고 20명이 넘어가면서 엄청난 부하가 만들어지는데도 다가오는 위험을 의식하기 어려웠다.
모든 사회 분야에서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위험을 예견하고 방지할 필요가 있다.
작은 행사 하나를 하더라도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고 필요하다면 안전요원을 배치해 발생 가능한 위험을 막아야 한다.
참여 인원이 수천명이 넘을 경우의 과부하에도 견딜 수 있도록 취약한 지점을 찾아내 대응하고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곳에는 접근을 막는 등의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사회 전 부문이 이러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곳곳에 숨어 있는 위험에 대비하고 이를 생활화해 후진국형 사고를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