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벗기기 현장①] '나는 여자다' 편, 이게 바로 여자의 향기

2014-10-20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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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남자다'-'나는 여자다' 방송[사진=방송화면 캡처]

아주경제 이예지 기자 = KBS2 '나는 남자다'는 '유느님' 유재석(MC)만 있으면 그만인 프로그램도 아니고, 잘생긴 허경환(패널)이 개그 콩트로 웃음을 주는 프로그램도 아니다. '자기 알리기'에 나선 일반인 남자 출연자들이 남자에 대한 모든 것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시간, 일반인이 TV 속에서 허당이 되기도 하고 '돌아이'가 되기도 하는 프로그램이 바로 '나는 남자다'다.

국내 최초 시즌제 예능 프로그램 '나는 남자다'가 이번에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나는 남자다'의 여자 편, 이름 하야 '나는 여자다'이다.

'나는 여자다'의 녹화는 지난 12일 오후 진행됐다. KBS 별관은 특이한 이름을 가진 여자나 스타를 닮은 여자, 노래를 못 부르는 여자, 그리고 여중-여고-여대를 나온 여자들로 붐볐다. 현장에 모인 약 100명의 일반인 여자 출연자는 제각기 자신의 개성과 매력을 드러내기에 바빴다.

'나는 여자다'의 방송이 예고되자마자 온라인과 SNS는 들끓었다. 정규 방송 편성은 계획조차 없다는데, 반응이 이토록 뜨거운 이유는 무엇일까. 방송국 100m 전에서부터 여자들이 향기가 '스멀스멀' 풍기는 건 왜일까. '나는 여자다'의 방청객이 되어 그 현장을 벗겨 봤다.
 

'나는 남자다'-'나는 여자다' 녹화 현장[사진=아주경제DB]

◇ 낮 12시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들렸다. 보나 마나 유재석의 등장일 게다. 녹화 한 시간 전 도착한 유재석을 본 '여자'들은 '꺅' 또는 '으악' 또는 '우와' 등 다양한 감탄사를 쏟아냈다. 어떤 여자는 기자에게 "유재석 봤어요?"라고 되묻는가 하면, "유재석 보려고 한 달 전부터 방청 신청했다"며 눈물을 보이는 이도 있었다. 이렇게 좋을까. 유재석이 이 시대 최고 MC이긴 한가 보다.

◇ 낮 12시30분

방청 신청 여성들의 입장이 시작됐다. 일사분란하게 움직인 덕에 사고는 없다. 특이한 광경은 그들의 손에 들린 '무언가'였다. '나는 여자다' 출연을 기념하기 위해 셀카봉을 손에 들고 있었는데, 어떤 이는 무대를 기념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함께 온 친구와 귀여운 셀카를 찍기도 했다. 휴대전화와 카메라 안에 고이 간직한 이도, 자신의 SNS에 '나는 여자다' 녹화 현장을 공개한 이도 있을 게다. 분명한 건 현장의 생생함은 사진 한 장이 아니라 그들의 마음에 담겨 추억이 됐을 거라는 것이다.

◇ 오후 1시

드디어 녹화 시작. 특이한 이름을 가진 여자 출연자부터 소개됐다. 본명 국영수에서 국정원으로 개명한 사람, 특이한 한글 이름을 가진 네 자매의 사연 등이 차례로 소개됐다. 특이한 이름을 가졌다는 그들은 하나같이 '개명'을 소망했다. 어렸을 때부터 당했던 친구들의 놀림도 비슷했고, 개명하지 않는 이유도 '부모님이 서운해 하실까봐'로 공통적이었다. 

가장 흥미로웠던 시간은 연예인 닮은꼴을 찾는 시간이었다. 지난 방송에서 지상렬을 닮은 목사로 출연했던 남자의 아내, 남편의 적극 지원사격에 힘입어 몇가지 개인기를 준비한 그녀의 등장에 현장은 순식간에 웃음으로 초토화됐다. 그녀가 닮은 스타는 다름 아닌 문.희.준. 1990년대 최고 스타였던 문희준을 닮았는데 더 재미있는 건 행동이나 말투까지 문희준 판박이다.
 

'나는 남자다'-'나는 여자다' 녹화 현장[사진=아주경제DB]

◇ 오후 4시

배꼽을 잡고 웃다 보니 어느덧 허기진 배를 달랠 간식 시간이 찾아왔다. 제작진이 준비한 빵을 먹으며 가쁜 숨을 늦출 수 있는 잠깐의 여유. 그런데, 이 여자들,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방송에서는 볼 수 없는 녹화 현장의 비하인드. 여자들은 유재석, 임원희, 권오중, 장동민, 허경환 등과 사진을 찍기에 여념이 없다. 그제야 비로소 알았다. '뭇 여자들, 이 시간을 위해 셀카봉을 준비한 게로구나'.

유재석의 말에 따르면 '나는 여자다' 편은 남자들에 비해 '상당히' 화기애애하게 진행됐다. 굵은 목소리의 남자들보다 하이톤의 여자들은 '방정맞은' 리액션으로 분위기를 돋웠고, 보다 적극적인 참여로 남자 편보다 더 활기찬 에너지를 내뿜었다. 현장 스태프의 표정도 밝았다. 아무래도 '우중충한' 남자 떼보다는 '상큼한' 걸들이 좋지 아니한가.

◇ 오후 5시

이날 초대 손님 비스트의 등장은 현장을 다시 한 번 열광으로 초토화시켰다. 유느님이 강림했을 때보다 더 큰 환호, 4시간째 이어진 녹화에 지칠 법도 했지만 꽃다발을 들고 등장한 비스트는 여자들의 '비타민'이 됐다.

비스트는 제작진이 준비한 '선물'. 출연자들과 일일이 눈을 맞추며 호흡했고, 자신에게 환호해 주는 여자들에게 감사의 악수를 청했다. 여자들은 추억 한 켠을 비스트로 장식했다.

녹화는 평소보다 조금 지연됐다. 이동훈 PD는 "확실히 남자들보다 여자들이 적극적이다. 녹화가 한 시간 가량 늦게 끝난 것도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 덕분이었다"며 "현장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밝고 좋았다. 이렇게 재미있게 녹화해 본 게 얼마만인 지 모르겠다"며 활짝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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