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경조 기자 = "부동산을 땅값과 건축비의 합으로만 생각하던 시대는 지났다. 앞으로는 지속 가능한 개발 및 가치를 평가하고, 문화와 예술, 금융 등이 한데 어우러진 복합개발이 주를 이룰 것이다."
지난 13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소재의 사무실에서 만난 장은아 원더피엠 대표 겸 수목건축 이사는 국내 부동산시장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모방에서 그치지 않고 본질을 파악해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또렷한 말씨와 눈빛을 잃지 않고 시장 환경 변화에 따른 회사와 자신의 역할에 대해 분명하게 어필했다. 부동산개발은 오래 몸을 담아도 성취감이 줄어들지 않는 분야라는 점도 강조했다.
◆ "일은 꼼꼼하게 작품을 완성하는 자세로"
장 대표는 올해 7월부터 수목건축과 인연을 맺고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건축과 인테리어, 전시 테마파크 분야를 아우르는 그의 능력을 서용식 수목건축 대표가 눈여겨 본 것.
장 대표는 도시형생활주택 뮴(muum), 2013 천안 웰빙식품 엑스포, 울릉도 테마파크 전시관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한 다양한 이력을 갖고 있다.
그는 "늘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마음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다"며 "도시형생활주택으로 대표되는 수목건축이 도시재생 등으로 사업의 폭을 넓히는 데 도움이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프로젝트를 작품에 비유한 데에는 그의 학부전공이 미술교육과인 점이 한 몫했다. 재학중인 4학년 때 최연소 아티스트상을 수상했으며 이후 도시공학과 영상에 대한 공부도 이어갔다. 졸업 후에는 제일기획, AM플러스자산개발 등에서 근무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내공을 쌓았다.
장 대표는 "관심 분야가 많은 만큼 공부에도 욕심을 냈다"며 "종종 수박 겉핥기 식으로 배운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하는데 만약 그랬다면 오늘날 현장에서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되레 여성인력이 드문 부동산개발 분야에서 프로젝트매니저로서 홀로서기를 하기까지 자신의 관심과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는 설명이다.
17년째 현업에 종사 중인 그는 처음 7년 동안은 무조건 배우는 자세로 매진했다고 한다.
숙련된 후에는 대기업에서 분업화된 업무를 처리하다보니 종합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하지 못하는 점이 안타깝게 여겨졌고, 이 생각을 바탕으로 지금의 원더피엠을 설립했다. 원더우먼처럼 씩씩하게 험난한 길을 헤쳐나가자는 의미다.
그는몇 억원, 몇 조원 단위의 개발사업을 실시하던 대기업 근무 때보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디자인과 공사를 진행하는 것에서 더 큰 행복감을 느낀다고 한다.
장 대표는 "요즘도 현장에서 페인트칠을 돕는 등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참여해 오류를 줄이고 조화로움이 부각되도록 노력한다"며 "보통 1년 간 사업이 진행되는데 의뢰인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균형잡힌 시각과 문화 융합이 중요
장 대표는 자신의 강점으로 아티스트인 동시에 디벨로퍼의 눈으로 프로젝트를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을 꼽았다. 사람들이 계속 이용하고, 보길 원하는 결과물을 도출해 내기 위해서는 이렇듯 균형잡힌 시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흔히 인테리어를 할 때 디자이너들은 해당 공간을 예술 작품처럼 꾸미는 데에만 치중해 예산을 초과하거나 기간이 연장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며 "최고를 지향하는 가운데 디벨로퍼의 관점에서 설계에서부터 시공, 금액 등의 조건이 모두 맞아 떨어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이와 관련해 한 가지 사례를 소개했다. 평범한 아파트를 호텔식 레지던스로 바꾼 일명 '서울숲 개인주택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누구나 이름을 들으면 알 만한 유명 건축가에게 먼저 의뢰가 갔다. 그러나 1억원 비용을 생각한 집주인과 달리 이 건축가는 3억5000만원 규모의 견적서를 제시했다고 한다.
장 대표는 "이후 의뢰가 들어왔을 때 정해진 금액 안에서 최상의 고급스러움을 연출하는 제한적인 상황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며 "의뢰인의 취향에 맞게 식탁과 소파를 제외한 원단 및 가죽 하나하나를 직접 골라 디자인했다"고 회고했다.
아울러 "일련의 프로젝트가 개인이나 기업을 대상으로 한 하나의 일감에 불과하지만 크게 보면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과 다를 바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최근 국가적으로 추진 중인 도시재생사업의 경우 아티스트와 디벨로퍼의 관점을 모두 필요로 하는 사업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여기에 문화적인 요소가 더해져 가치를 극대화 하는 게 프로젝트매니저로서의 역할이란라고 그는 강조했다.
그는 "기존 재건축·재개발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는 매우 좋지만 여전히 고층 빌딩을 지으려는 인식이 만연해 도시재생사업 본연의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며 "해외 사례를 도입해 어설프게 모방하기 보다 지역별 문화를 살린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벤치마킹 지역으로는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신사동 가로수길, 용산구 이태원 등을 꼽았다.
장 대표는 "저층 빌딩이 즐비해도 문화적 특색이 있는 곳이라면 눈여겨볼 만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