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경조 기자 =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70%를 넘는 지역이 속출하면서 서민들의 전세금 부담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주택 매수심리가 회복되고는 있지만 임대인의 월세 선호, 전세 수요 증가 등으로 전세가격이 매매가격보다 더 빠르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름폭이 가장 큰 지역은 인천으로 지난해 말보다 5.0%포인트 올랐다. 경기도와 서울은 올해 각각 3.6%포인트, 3.2%포인트 상승했다.
이 가운데 수원시 권선구(70.0%)와 안양시 만안구(70.6%) 등 2곳이 아파트 전세가율 70%대 지역에 처음 이름을 올렸다. 안성(70.2%)·오산(71.1%)·수원(71.3%)·안양(71.1%)시 등은 올해 첫 전세가율 70%를 돌파한 지역이다.
개별 아파트 중에서도 전세가율이 90%를 넘는 단지도 등장했다. 부동산114 조사를 보면 지난달 기준 화성 동탄신도시의 전세가율은 평균 81.64%로 집계됐다.
이 지역 능동 푸른마을 모아미래도는 평균 매매가격이 2억5785만원인데 평균 전세가격은 2억4085만원으로 전세가율이 93.21%에 달했다. 푸른마을 신일해피트리도 평균 매매가격 2억5961만원, 전세가격 2억3868만원으로 전세가율이 91.71%에 이른다.
이 같은 현상은 전세시장의 수급불균형이 심화되면서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어서다. 저금리 기조로 인해 집주인들의 월세 선호가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주택 매매가격을 대폭 끌어올렸던 정부의 9·1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이달 10일까지 서울·수도권 매매가격은 0.43% 상승한 반면 전세가격은 0.55% 올랐다. 수도권 주택 평균 전세가격도 지난달 2억원을 돌파했다.
전세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전세대출도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 은행권이 신규 취급한 전세대출은 월평균 1조원을 돌파했으며 은행권의 전세대출 잔액도 5년 전보다(지난 8월 기준) 3배 이상 급증한 33조원에 육박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깡통아파트가 발생할 것을 우려했다. 전세를 끼거나 과도한 융자를 얻어 매입한 아파트에 대해 집주인이 대출금과 전세금을 다 갚지 못하는 경우를 뜻하는 말로, 이런 경우 세입자들이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해 보증금을 떼일 위험이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속도가 전세 세입자들이 매매로 돌아서는 속도보다 빨라 전세물량 부족으로 전세가율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며 "전세가격이 올라 서울에서 경기·인천 등으로 옮기는 수요도 많아져 수도권 전셋값이 동반 상승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