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재영 기자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의 미래를 담보하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사업에 사활을 걸었다.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의 고속 성장으로 PC 및 서버에 들어가는 데이터저장장치인 SSD 수요도 폭발적으로 증가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세계 최초로 MLC(2비트) V낸드를 적용한 ‘850프로’ SSD를 출시한 바 있다. 이 제품은 속도와 저전력, 내구성 등이 기존 제품보다 개선됐지만 경쟁사들의 제품보다 가격이 비싼 편이었다.
이번 제품은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TLC(3비트) V낸드 기술을 상용화한 것으로 생산성이 향상돼 가격대가 낮춰질 것으로 보여진다. TLC는 MLC보다 셀당 저장공간이 증가해 원가를 20~30% 수준 낮출 수 있다.
이와 관련 SK하이닉스 역시 하반기 중 TLC 기술 개발을 완료해 SSD까지 연결되는 낸드플래시 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TLC는 또 생산성은 오르지만 속도는 저하될 수 있는데 컨트롤러를 통해 이런 부분을 보완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소프텍 벨라루스로부터 관련 사업부를 인수해 이러한 컨트롤러 역량을 강화해왔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이미 자체 개발한 컨트롤러를 탑재한 기업용 SSD 제품을 미국 메이저 서버 업체 2곳에 납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객사의 제품 테스트를 통과해 당초 계획보다 앞당긴 지난 6월쯤부터 양산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소비자용 SSD 제품도 연내 출시를 추진하고 있으며, 낸드플래시 매출 중 SSD 비중을 연말까지 1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는 삼성과 SK 모두 여타 사업 또는 계열사가 부진한 가운데 실적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특히 D램 시장이 공급자 위주로 과점화돼 양호한 수익성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가 평택 산업단지에 15조6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하는 등 공급과잉으로 전환될 우려도 상존한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전방 수요에 대응한 투자라고 강조했지만 시장조사기관인 D램익스체인지는 “삼성이 평택 공장을 짓는 데는 D램과 낸드칩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라기 보다 삼성의 대규모 해외투자를 걱정하는 한국 정부를 달래려는 의도가 있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모바일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D램의 공격적인 확장에 나선 것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시장의 관건은 SSD다. 삼성전자는 아직 평택에 어떤 제품 공장을 지을지 결정하지 않았는데, SSD 시장 확대로 수요가 확대되면 낸드 투자를 늘릴 게 당연하다. 그러면 D램 공급과잉 가능성도 낮춰진다.
SK하이닉스는 언제 성장세가 꺾일지 모를 D램 시장의 리스크에 대비해 SSD 신사업 속도를 높이는 중이다.
한편,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는 SSD 시장에서 26%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으며 이어 인텔(18%), 샌디스크(15%), 도시바(15%), 마이크론(9%) 순이었다.
또한 SSD 중 3D V낸드 비중은 올해 1%에서 2018년까지 25% 이상 성장할 것으로 관측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