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든 '금리인하 실기론' …"경기 죽어가도 한은은 강건너 불구경"

2014-10-12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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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은 총재 [아주경제 DB]


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한국은행 '금리인하 실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정부는 추가부양책까지 내놓으면서 경기회복 불씨를 살리려 애쓰고 있지만, 한은은 경기부양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대외적으로는 미국 조기 금리인상설이 꿈틀대고 있어 금리인하 여력도 갈수록 적어지고 있다. 이렇다보니 통화당국이 대내외 경제상황을 면밀히 분석, 예측해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늘상 '뒷북'만 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한은 실기론의 근거로 '저성장·저물가 고착화'를 들었다.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같은달 대비 1.1%에 그쳤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2년 11월 1%대로 떨어진 이후 올 9월까지 23개월 동안 2%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물가는 한은의 물가 목표치(전년대비 2.5∼3.5%)의 하단을 밑돌 것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금리 인하로 저물가를 방어해야 한다는 논리가 갈수록 힘을 받는 이유다.

성장도 부진하다. 정부가 추가 부양책까지 내놓는 등 전방위적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성장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실제 국내총생산(GDP)이 잠재 GDP를 밑도는 ‘디플레이션 갭’ 상태는 2012년 3분기 이후 올 2분기까지 8분기 연속 이어지고 있고, 앞으로도 디플레이션 갭 상태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연구원의 이준협 경제동향분석실장은 "통상 내수경기 회복세가 미약하고 저물가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금리 인하와 재정확대가 지속적으로 이뤄졌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금리 인하는 상반기에 단행됐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의 '슈퍼 달러'현상으로 더 부각된 엔저(엔화 약세)에 대응하려면 연초에 금리를 내렸어야 하는데 2013년 6월∼2014년 7월까지 너무 한 자리에 묶어놨다는 것이다. 한은은 하반기(8월) 들어서야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이미 상반기에도 엔저(엔화약세)상황은 펼쳐진 상태였고 성장률과 물가수준은 계속 낮았다"며 "한은이 경기진단을 좀더 객관적으로 했다면 상반기 성장률이 이렇게까지 떨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오 회장은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한은 입장에서는 기준금리 운용 폭이 좁아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 한은의 동결 고집이 성장률을 꺾은 셈"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세월호 참사의 여진이 길 것이라고 예측했다면 상반기에 좀더 민첩하게 움직였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은은 9월 금통위까지 내수부진의 이유를 꾸준히  '세월호 참사'로 설명했다. 기자간담회에서 '세월호 핑계만 댄다'는 지적에 이주열 총재는 "세월호 여파가 당초 생각보다 오래 간 것 같고 핑계를 댄다기 보다는 세월호 영향이 장기간 지속됐다는 것을 말한 것"이라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은이 경기의 심각성을 인식함에도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데에는 굼떴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지금까지 한은의 경기인식은 비관적·낙관적 상황을 재확인하는 정도일 뿐 하방리스크에 어떻게 대응하겠다는 구체성은 떨어진다"며 "경기 부양을 위해 당장 10월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한은은 "경기 회복에는 통화정책보다 구조개선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고집하고 있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 9일 워싱턴 특파원과의 오찬 자리에서 "수출이 성장을 주도하고 내수가 부진하면 같은 성장을 해도 고용유발 효과가 떨어지고 체감경기도 낮아진다"며 "이런 상황에서 통화정책 만으로는 경제 활성화가 쉽지 않기 때문에 구조적 정책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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