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는 글로벌인데 규제는 국내 룰(Rule)… ICT 산업 발목잡아

2014-10-0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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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연구원, 방송·통신·소프트웨어 산업 규제개혁과제 33건 발표

아기 젖병 등 수유제품 방송광고 제한, 황당 규제의 대표적 사례

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방송콘텐츠 편성 규제와 게임 셧다운제 등 과도한 규제가 ICT(정보통신기술) 산업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9일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은 ‘글로벌 경쟁력 취약산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개혁 연구: 방송·통신·소프트웨어 분야’를 발표하고, 산업 분야 규제개혁과제 33건을 제시했다. 이 보고서에서 한경연은 ICT 기업들이 높은 기술수준을 갖고도 성장이 더딘 이유로 해당 산업과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낡은 규제 시스템을 꼽았다.

방송콘텐츠산업은 지난해 2억1699만 달러의 수출을 달성하는 등 무역수지에서 7년 연속 흑자를 기록한 대표적 수출 효자산업이다. 보고서는 ‘수출비중이 큰 산업인데도 해당 분야의 규제는 여전히 국내 시장만 고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규제 사례로 국내제작 애니메이션(영화도 유사한 규제 적용)의 편성 규제를 들었다. 애니메이션의 경우, 방송사업자들이 국내제작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편성(방영)해야 하는데, 국산 애니메이션 창작을 활성화할 것이라는 기대와는 반대로 질적 저하만 초래하고 있다.

정승영 선임연구원은 “별도 투자재원이나 지원이 없는 관계로 방송사들이 연간 편성총량에만 관심을 두다 보니 그때그때 편성비율만 맞추면서 규제에 적응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사업자들이 신규 제작보다는 기존 애니메이션 재활용을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경연은 규제가 시장원리에도 맞지 않고 방송콘텐츠산업 활성화만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청소년이 주요 고객인 게임 셧다운제의 경우, 해외에 서버를 둔 게임업체는 규제대상에서 제외되고, 우리나라에 서버를 둔 업체만 규제를 받고 있어 관련 업체들의 해외 이탈만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미국과 중국 등은 인터넷 게임 과몰입 현상에 대해서 자율규제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나가고 있다.

보고서는 현행 셧다운제를 폐지해 친권자 동의 하에 접속을 허용하는 자율규제 방식으로 전환하자는 의견 등을 제시했다.

방송광고심의규정 제43조에 따르면 젖병과 젖꼭지 제품 등은 방송광고를 할 수 없는 품목에 해당한다.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해외 선진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규제로 한경연은 황당 규제의 대표사례로 꼽았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규제가 상위법의 근거 없이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한경연은 정부가 모유수유 권장이라는 세계보건기구(WHO) 권고를 존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규제수단이 과도해 관련 규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한경연은 공공 SI(System Integration) 사업에 대한 대기업 참여규제 완화, 빅데이터 활용을 위한 개인정보보호 규제 개선, 1년 단위 방송평가제도(내용·편성·운영 항목 평가) 개선방안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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