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동부제철은 정기급여일이던 지난 6일 직원들의 월급을 50%만 지급했다. 이는 자율협약 체결 이후 채권단의 승인 없이 신규자금 융통이 어려워진 데다 채권단으로부터 지원받은 자금이 줄어 운영자금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앞서 동부제철은 지난 7월 3500억원의 운영자금을 요청한 바 있으나 채권단은 절반에도 못미친 1600억원을 지원한 바 있다.
채권단의 이같은 압박은 경영정상화 업무협약(MOU) 체결을 앞두고 동부제철측의 자체적인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만약 무상감자가 이뤄질 경우 특수관계인 지분이 1%대로 줄면서 동부제철에 대한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지배력은 상실된다. 이는 동부제철 부실 책임이 김준기 회장에게 있는 만큼 경영권을 회수하겠다는 채권단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상황이 이렇자 동부제철측은 김준기 회장의 보유주식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채권단은 실질적인 거부 의사로 자금 압박에 나섰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 동부그룹의 기업문화가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채권단은 이번 기회에 직원들의 자진 퇴직을 유도하기 위해 자금 압박을 진행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동부제철은 “MOU 체결 시기가 다음 주로 예상되는 만큼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위해 자금 압박에 나섰다는 해석은 다소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철강업계는 채권단의 의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구조조정이나 법정관리에 돌입하는 회사들을 많이 봐왔지만 월급을 주지 않는 등 직원을 볼모로 회사를 압박하는 사례는 처음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