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대한결핵협회에 따르면 최근 질병관리본부가 국민건강증진기금에서 지원되는 전국보건소 결핵균 검사사업비 보조금 34억 6800만 원을 17억 3400만 원으로 줄이는 대신, 각 지자체에서 나머지 17억 3400만 원을 보조하도록 하는 2015년 국가결핵예방 예산안을 확정했다.
대한결핵협회는 해마다 질병관리본부 민간 경상보조금 34억 3500만 원을 지원받아 전국 모든 보건소의 결핵균 검사사업을 수행해 왔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지방자치단체에 국민건강증진기금 50%를 교부하고, 지방자치단체 역시 사업비의 50%를 매칭하는 방식으로 국가결핵예방 예산이 조정된 것.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9월초 이 같은 사실을 협회에 통보하면서, 예산 지원 방법의 변경 사유를 기획재정부 예산 편성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가 해야 할 사업을 국가에서 사업비 전액을 지원하는 것은 불가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때 기획재정부가 내세운 법률적 근거가 ‘결핵예방법 제27조(시도가 부담하는 경비 및 보조금)’.
그러면서 "2015년 결핵균 검사사업비가 지자체와 국민건강증진기금 5:5 매칭사업으로 전환된다면, 지자체의 예산 부족으로 인한 사업우선 순위에 밀려 결핵균 검사사업 자체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미 지난해 서울시의 노숙인 결핵시설인 ‘미소꿈터’의 운영사업비 6억 원을 서울시와 5대5 매칭 펀드로 조달하려 했으나 지자체에서 예산 편성을 하지 않아 사업이 중단될 위기를 맞기도 했다.
지방자치단체별로 일반검사기관을 선정해 결핵균 검사를 실시할 경우 가장 우려되는 문제점이 약제감수성검사 및 각종 결핵균 검사의 질 저하다. 협회는 보건소 결핵균 검사(도말)의 재검사를 실시해 연간 1000건 이상의 양성 결핵균을 추가 발견하고 있으며, 검사결과를 분석한 후 오차범위를 벗어난 보건소에 대해 기술지원 및 현장 방문 교육 등 정도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 또한 민간 검사기관의 정도관리와 검사요원에 대한 정도관리 교육을 통해 결핵균검사의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결핵균 검사시스템을 살펴보면 보건소에서 도말검사를 시행하고, 중간 검사소 역할을 하는 결핵협회 지부 검사소에서 도말 및 배양검사, 균 감별검사, X-pert검사(결핵균 검출 및 Rip 내성검사), 일선 보건소에 대한 감독 및 모니터링이 이뤄진다. 이어 결핵연구원이 약제감수성 및 기타전문검사(균종 동정검사, 핵산증폭검사, DNA지문검사), 약제내성률 실태조사 등 역학 연구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2015년 예산이 기존 안대로 편성된다면 3단계에 걸쳐 수행되는 검사 업무 체계가 일선 보건소와, 각 시도 보건환경연구원 등 중간 검사소 단계에서 마무리됨으로써 국가 결핵관리 사업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게다가 이대로 시행되면 국가 결핵관리에 구멍이 뚫리는 건 시간문제라는 인식이 강하다.
정부 예산 17억여 원 감축하려고, 국가결핵균검사 사업에 일반검사기관이 난립하는 것은 국가결핵관리의 기반을 약화시키는 꼴이 되는 것이다.
또한 일선 보건소에서도 업무에 큰 혼선이 예상된다. 가뜩이나 재정자립도가 떨어진 지방자치단체로서는 예산 부담 탓에 아예 결핵관리에 손을 놓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결핵협회 정근 회장은 "정부가 보건소 결핵균검사 사업비를 지방자치단체 매칭으로 전환하는 것은 2020년까지 결핵발생률을 현재의 절반(인구 10만명당 50명)으로 낮추겠다는 정부의 목표에도 역행하는 일"이라고 지적하고 "이대로 강행해서 일어날 국가 전염병관리에 대한 부작용은 전적으로 질병관리본부가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