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상류인 이곳의 물안개 피어오르는 자연경관은 일찍부터 많은 이들을 감동시켜 왔다.
옥정호가 아름다운 건 박제되지 않은 자연환경과 생활터전이 어우러져 있어서다.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고즈넉함과 순박한 사람들의 넉넉한 인심까지 옛 모습 그대로 남아있는 삶의 현장이다. 이미 흘러간, 이제는 박물관에서만 만날 수 있는 옛 모습이 옥정호 주변에 오롯이 남아 있다.
올해로 9회를 맞는 정읍 구절초축제는 이제 가을의 낭만을 만끽할 수 있는 곳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지난해 문화관광부가 선정하는‘전국 가볼만한 축제 20선’에 이름을 올린 데 이어 올해는 한국관광공사가 뽑는 국내 최고의 여행지 ‘베스트 그곳’에 선정됐다.
정읍 구절초 축제는 시끌벅적하지 않다. 울긋불긋 물든 단풍처럼 화려하지도 않다. 오히려 구절초를 닮아 청초하고 담백하다.
축제가 열리는 구절초테마공원은 온통 순백의 물결로 장관을 이룬다. 들국화인 구절초는 5월 단오에는 줄기가 다섯 마디였다가 음력 9월9일이면 아홉 마디가 된다.
구절초테마공원에 가기 위해서도 아흔아홉 굽이를 휘몰아치는 구절재를 넘어야 한다.
재를 넘어 산내면 소재지에서 옥정호(玉井湖)를 바라보며 우회전을 한 다음 ‘가을이 물드는 계곡’이라는 뜻의 추령천을 따라 올라가면 된다.
올해 축제는 더욱 풍성하다.
개막 공연 외에 야외무대에서는 매일 2회 한 폭의 수채와 같은 ‘꽃밭음악회’가 열린다.
통기타와 퓨전국악, 골든팝송 등 감미로운 멜로디가 준비돼 있다.
야간에 방문하면 낮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솔숲 사이 은은한 조명이 구절초와 어우러져 황홀경을 연출한다.
추억 만들기 행사도 다양하다. 하얀 도자기 판에 각자의 꿈과 사연을 그림과 글씨로 새기는 ‘꿈의 담장-백자도판 꿈새김’ 이벤트가 대표적이다.
‘사랑의 우체통’을 이용해 연인이나 가족에게 엽서를 띄우는 것도 낭만적이다. 행사장 내 빨간 우체통에 사연을 담은 엽서를 넣으면 이틀 마다 수거해 발송한다. 지난해에는 무려 5000여 통의 사연이 발송됐다.
올해는 새롭게 구절초 꽃잎 띄우기 행사도 열린다.
돌담길 옆 실개천에 야생 꽃잎을 띄운 후 함께 걸어가다 꽃잎이 연못에 안착하는 것을 보는 이벤트다. 연못에 모인 꽃잎은 또 하나의 구절초 꽃밭을 이루게 된다. ‘사랑의 방송국’에서는 DJ가 즉석 신청곡과 사연 등을 방송한다.
건강을 챙길 수도 있다. 구절초를 활용한 족욕 체험은 그윽한 구절초 향을 느끼면서 일상의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코너다.
구절초테마공원에서 꼭 빼놓지 않고 들러야 할 곳이 능교(綾橋)다.
세월의 때가 켜켜이 쌓인 오래된 다리에서 옥정호를 바라보면 과거와 현재가 오버랩된다.
이 다리는 영화「남부군」과 드라마 「전우」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특히 전우에서는 배우 최수종이 마지막 사투를 벌인 ‘비단교 전투’의 무대로 사용됐다.
능교 옆에는 옛 국도로 사용되던 길이 옥정호를 따라 이어진다. 섬진강 상류인 옥정호 주변은 이른 아침이면 스멀스멀 안개로 뒤덮인다. 안개 속 호수를 따라 과거로의 추억 여행을 하는 셈이다. 구절초테마공원에서 자전거를 대여해 준다.
축제를 즐긴 후 특별한 맛을 원한다면 산내 면사무소가 있는 능교2리를 찾으면 된다. 민물매운탕과 붕어찜이 유명하다. 두충나무와 감초, 엄나무, 갈근 등을 넣어 칼칼하면서도 뒷맛이 깔끔하다.
주변 관광지로는 100년 전 옛 조상들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송참봉 조선동네, 가을단풍으로 유명한 내장산, 옥정호가 내려다보이는 산호수 마을 등이 있다.
축제 및 주변 관광지 등에 대한 보다 자세한 정보를 원한다면 홈페이지(www.gujulcho.co.kr)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