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심화 속 각국 중앙은행 금리인하...이주열의 선택은

2014-10-01 16:25
  • 글자크기 설정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아주경제 DB]


아주경제 박선미·홍성환 기자 = 오는 15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인하론이 확산되는 배경에는 엔저 현상(엔화 약세) 심화와 더불어 각국의 초저금리 정책이 자리잡고 있다.

유럽중앙은행은 이달 초 기준금리를 종전 0.15%에서 0.05%로 전격 인하해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고, 일본 역시 소비세 인상 후 추가 양적완화를 단행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스위스 중앙은행은 스위스 프랑화 가치 방어를 위해 마이너스 금리 채택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까지 밝혔다. 이에 따라 환율전쟁이 본격화될 것을 고려해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내려 방어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국제금융연구실장은 "추가로 기준금리를 인하한다면 가계와 기업의 이자부담을 덜어줄 수 있고, 다른 국가 통화정책과 발을 맞춰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주열 한은 총재는 환율과 기준금리를 연계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상태다. 이 총재는 지난달 16일 "환율은 복잡한 방정식이다. 환율만 보고 금리정책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추가 금리인하 여건이 무르익었다고 보고 있다. 전날 공개된 9월 금통위 의사록에서는 정해방 위원이 추가 인하를 주장하기도 했다. 더구나 동결을 주장한 위원 중 일부는 경기 회복세에 대한 우려를 강하게 표해 연내 추가 인하론에 힘을 보탰다.

전문가들의 전망도 다르지 않다. 연내 추가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경기지표가 좋지않은 데다 물가상승률도 1%대로 목표치보다 낮기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금리를 한번 더 내려도 무방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그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김진성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거시분석실장은 "내수 활성화가 필요한 시점에서 금리 인하 정책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 지는 의문"이라며 "특히 환율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으로 금리를 내린다는 것은 지금까지 정부가 추구했던 방향과도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박성욱 실장 역시 "통화정책이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다"며 "일시적으로 내려간 지표를 끌어올리는 정도의 효과가 있을 뿐 성장 전반을 떠받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리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추가 인하가 가장 적절한 방법이라는 진단도 나왔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르면 10월이나 늦어도 11월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있는데, 인하의 효과를 숫자로 따지는 것은 나중의 일"이라며 "금리를 내린 후 효과를 보려면 몇개월의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고, 심리적인 측면에서 기준금리 인하는 경제심리를 개선시킨다"고 조언했다.

김문일 외환선물 시장분석팀 연구원 역시 "국내 경제구조 특성상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상황에서 엔화 약세의 속도를 늦출 수 있는 방법이 기준금리 인하"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달러화 대비 엔화가치의 하락이 원화보다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1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6년 만에 처음으로 110엔을 돌파했다. 김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하로 원화 약세 속도가 엔화 약세 속도보다 빨라지면 엔화 약세에 대한 국내 수출기업들의 우려를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기준금리가 엔저 방어를 위한 도구로 쓰일 지 여부에는 시각이 엇갈린다. 그러나 전반적으로는 원·엔 환율 하락에 '특효약' 처방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원·엔 환율 자체가 원·달러 환율에 연동한 재정환율이다 보니 교환시장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