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생명의 매각 주관사인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최근 예비입찰에 참가한 국내 사모펀드에 본입찰 참가자로서 적합하지 않다고 통보했다. 두 번째로 진행된 이번 매각도 실패로 끝난 셈이다.
앞서 KDB생명은 지난 7월 우리아비바생명을 인수한 DGB금융지주와 매각협상을 벌였으나 매각가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해 유찰됐다. 이후 재매각에 나섰지만 적절한 인수후보를 찾지 못한 채 매각이 불발됐다.
산업은행은 내년 1월 통합산업은행 출범 이전에 KDB생명을 우선 매각할 계획이다. 하지만 인수자들이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어서 KDB생명 매각은 장기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처럼 KDB생명 매각에 인수자들이 선뜻 나서지 않는 것은 매물 가치 대비 매각가가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산업은행은 KDB생명에 유상증자를 포함, 총 8500억원을 투자했지만 시장에서는 보다 낮은 가격을 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매각가 대비 저조한 실적도 문제다. 올해 공시된 반기보고서를 보면 KDB생명은 6월 말 기준으로 이익잉여금 1188억원의 손실을 보고 있다. 이익잉여금은 손익거래에 의해서 발생하거나 이익의 사내유보에서 발생하는 잉여금을 뜻한다.
KDB생명은 이같은 미처리 결손금 등으로 인해 적립해야 할 대손준비금 102억원을 적립하지 못하고 있어 향후 이익잉여금 발생시 대손준비금을 추가 적립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같은 경영상태는 결국 조재홍 사장에게도 화살을 향하게 했다. 조재홍 사장이 취임 초기부터 강조한 '영업력 강화'는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로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저조한 영업력은 곧바로 실적으로 이어졌다.
올 상반기 KDB생명의 총 매출액은 1조5944억원으로 전년보다 466억원 감소했고, 보험료 수익도 같은 기간 460억원 줄어든 1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307억원 감소한 212억원을 기록했다.
KDB생명의 낮은 지급여력비율(RBC)도 꾸준히 문제가 돼 왔다. KDB생명의 지난해 말 RBC 비율은 171.5%로, 그동안 당국 권고 기준인 200%를 크게 밑돌았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KDB생명이 사실상 M&A 시장에서 크게 매력있는 매물로 꼽히지는 않는다"며 "초기에 다이렉트 채널을 강화해 온라인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이 역시 보험료가 높지 않아 회사 재정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조재홍 사장은 지난 2012년 2월 KDB생명 사장으로 취임했다. 1978년 삼성생에 입사한 뒤 인사팀장, 부산지역단장, 신채널BU장, 고객지원실장 등을 역임했고 에스티서비스, 동부생명, 유플랜보험계리컨설팅에서 사장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