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방송된 20회를 마지막으로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유혹’(극본 한지훈·연출 박영수)은 최지우 권상우의 만남과 불륜을 소재로 해 방송 전 화제를 모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따분한 전개와 공감 가지 않는 캐릭터의 향연이었다.
방송 초반 홍콩에서 이뤄진 네 남녀의 얽히고설킨 만남은 퍽 흥미로웠다. 경제적 파탄에 내몰린 상황에서도 서로를 끔찍이 사랑하는 나홍주(박하선) 차석훈(권상우) 부부와 그들의 사랑을 시험해 보고자 차석훈은 돈으로 사는 유세영(최지우). 석훈과 세영의 불륜을 의심하는 홍주로 인해 지쳐가는 석훈의 모습이 그랬다.
극이 흘러가면서 개연성 없는 네 주인공의 행보는 기괴해 보이기까지 했다. 세영과 석훈의 만남으로 목숨처럼 사랑했던 남편과 이혼까지 결심한 홍주는 그렇다 치더라도 단박에 이혼을 승낙하고 세영의 매력에 빠져드는 석훈은 황당했다. 전 남편과 불륜녀에게 복수를 꿈꾸며 새로운 남자 강민우(이정진)과 결혼하고는 “내 무덤을 내가 판 것 같다”며 다시 이혼을 선언하는 홍주의 모습에서 시청자는 길을 잃은 양 황망해져야 했다.
방영 중반 기자를 만난 연기자들은 “대본에 구멍이 있다면 연기력으로 메꿔 시청자를 이해시키겠다”고 다짐했지만 그러기에는 시나리오의 구멍은 컸고, 몇몇 배우의 연기력은 부족했다. 특히 박하선은 남편의 경제난을 해결하기 위해 자살을 결심할 만큼 석훈을 사랑한 홍주에서부터 그의 배신으로 괴로워하는 홍주, 불륜녀에게 복수의 칼을 품고 새 남자와 결혼하는 홍주, 새 남편과 이혼하고 홀로서기를 선언한 홍주까지 모두 무표정한 얼굴과 높낮이 없는 톤으로 연기했다. 가장 입체적인 캐릭터를 가장 밋밋하게 표현해 시청자의 공감을 사지 못했다.
석훈과 세영의 해피엔딩은 급작스러웠다. “평생 병원이나 들락거리란 말이냐. 내 안의 암도 통제 못 하는 내가 무슨 회사 경영이냐”며 항암치료와 회사 일을 거부하고 애처럼 떼 쓰는 그룹 오너 세영은 갑자기 퍼즐에 집착한다. 그를 대신해 홍콩으로 출장을 간 석훈 앞에 돌연 여신처럼 아름다운 모습으로 등장하는 세영은 “내 퍼즐 조각 가져갔냐”며 앙탈을 부린다. “사랑한다고 말하면 돌려주겠다”는 석훈에게 순순히 사랑을 고백하고 퍼즐 조각을 받는 세영. 둘의 사랑의 퍼즐이 완성되는 과정은 갑작스럽기 짝이 없었다.
굳건해 보였던 석훈과 홍주의 사랑이 세영의 개입으로 단박에 무너지고 작품에서 유일하게 사랑을 이룬 세영과 석훈의 시작이 불륜이었다는 것을 생각했을 때 ‘유혹’은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찾아가는 네 남녀의 진실된 사랑이야기”라는 기획의도에 얼마나 부합한 작품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