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정통의 제1야당을 이끌고 있는 대표가, 9월 정기국회 초반 세월호 특별법 재재협상 등을 풀지 못한 상황에서 정치적 잠행에 들어간 낯선 상황이 재연된 것이다.
“나를 죽이려는 것 같다”는 말을 남긴 채 박 위원장은 16일 삼일 째 칩거에 돌입, 거취를 놓고 장고에 돌입했다. 박 위원장의 잠행으로 촉발된 ‘박영선 탈당설’, ‘새정치연합 분당설’ ‘야권발(發) 정계개편’ 가운데 현재 예단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다만 한 가지, 2004년 총선에서 민주당 비례대표로 원내에 진입해 올해로 10년째 ‘야수의 탐욕’으로 점철된 정치 현장을 누빈 그가 ‘2003년 열린우리당 사태’의 재연가능성이 불러올 파장을 모를 리가 없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세월호 정국에서 박 위원장이 이를 알고 ‘잠행’을 선택했다면 매년 3·1절마다 폭주족이 광란의 질주를 벌이는 것만큼 ‘야만적’이기 때문에 위험하고, 이를 몰랐다면 ‘무지’해서 위험하다.
이미지 확대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탈당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평소 월요일 아침에 열리는 원내대책회의도 취소된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실이 비어 있다.[사진=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timeid@]](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14/09/16/20140916161355419906.jpg)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탈당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평소 월요일 아침에 열리는 원내대책회의도 취소된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실이 비어 있다.[사진=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timeid@]
새정치연합의 계파 갈등이 박영선호(號)에서만 일어난 돌출 변수인가. 그렇지 않다. 민주통합당 출범 직후 ‘한명숙 체제’에선 임종석 현 서울시 정무부시장의 사무총장 인선, ‘이해찬 체제’에선 ‘이(이해찬)-박(박지원)’ 담합 논란으로 당 내부가 들끓었다.
그 때도 논란의 핵심은 ‘절차적 민주주의 훼손’이었다. 당내 강경파가 당권을 잡았을 때도 ‘계파 패권주의’ 문제는 언제나 도마에 올랐다. ‘이상돈 카드’ 문제는 보수와 진보의 노선 투쟁 이전에 소통의 부재, 즉 ‘불통’의 문제라는 얘기다.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 박 위원장의 행위가 당내 최대 계파인 친노(친노무현)그룹의 좌장인 문재인 의원의 동의를 거쳤다한들 면피할 수 있나. 없다. 공론화를 통한 절차적 정의 도출은 민주주의의 최소 합의사안이다.
절차적 정의를 외면한 박 위원장의 정치적 선택이 비상식적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60년을 이어온 민주당의 정통성에 ‘자학’을 가한 박 위원장의 잠행으로 세월호 유가족도 정치권에서 사라질까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