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가 사위는 눈 감고, 입 닫고, 귀 막고 살아야하는 남데렐라”

2014-09-1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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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재 현대하이스코 사장 퇴진으로 본 ‘오너가 사위’(상)

최근 사임한 신성재 현대하이스코 사장(왼쪽)이 지난 2013년 6월 12일 충남 아산에 위치한 스틸서비스센터인 순덕철강을 방문해 공동석 순덕철강 대표(오른쪽)과 함께 생산현장을 돌아보고 있다.[사진=현대하이스코 제공]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둘째 사위 신성재 전 현대하이스코 사장이 물러났다.

정확한 사정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일단, 신 전 사장 자신이 회사의 미래를 걸고 심혈을 기울여 가꿔온 냉연사업이 현대제철로 이관된데 대한 좌절과, 이어 불거진 가정사 문제가 겹치면서,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현대가와 인연을 맺은지 20년 만에 자진해서 끊어 버린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지난 5일 공시를 통한 사퇴 소식과 함께, 신 전 사장은 보유하고 있던 현대하이스코 주식 2만8438주, 현대제철 주식 3만9000주, 현대자동차 주식 7000주, 기아차 주식 7491주, 현대건설 주식 830주를 전량 처분해 물질적으로도 현대차그룹과의 사업적인 관계도 마무리 했다. 이들 계열사 주식은 신 전 사장이 개인적으로 순차적으로 장내 매수한 것으로, 현대하이스코의 고객사들에 대해 책임경영을 하겠다는 최고경영자(CEO)로서의 의지를 보여주는 증거라는 해석을 낳았다.

신 전 사장의 퇴진은 현대자동차그룹은 물론, 범 현대가를 통 털어서 이례적인 사건으로 기록된다. 오너 일가 사위가 경영일선에서 완전히 손을 뗀 경우는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더 그렇다. 그의 아쉬운 퇴진을 보면서 ‘오너가 사위’의 삶에 대해 곱씹어 보게 된다.

한국의 재벌사회에서 오너 일가의 사위가 된다는 것은 며느리 못지않게 세간의 관심을 받는 부담을 감내해야 한다. 물론 좋은 시선만 있는게 아니다. 신데렐라에 비교해 ‘남데렐라’라는 부정적인 색채가 강한 별칭을 얻는 이들은 사방에서 지켜보는 시선을 이겨낼 수 있는 ‘담력’을 갖춰야 한다.

다음으로 그들은 ‘능력’을 보여야 한다. 보여줘야 할 능력의 기준은 처갓집 장남을 비롯한 형제들보다 더 높다. 처갓집 그룹 계열사에서 근무할 때에는 장인·장모가 가장 신임하는 전문경영인에 못지않은 능력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잠재력이 뛰어나다고 하지만, 직원들이 보기에는 ‘엄청난 빽’을 얻은 행운아라는 색채가 강하다. 이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결국 능력으로 승부하는 수밖에 없다.

물론 오너는 그런 능력을 보여줄 수 있도록 배려를 해준다. 일반 직원들은 쉽사리 이뤄낼 수 없는 빠른 승진과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선책의 기회를 보장한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건 특혜가 아니라고 한다. 빨리 올라가기 때문에 남들보다 더 빨리 업무를 터득해야 하고, 부족한 점은 틈틈히 보충해야 한다. 체력, 정신력 모두 최상의 상태를 만들어야 하며, 하루라도 쉼표가 있어서는 안되는 극도의 긴장 상황을 평생 유지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능력을 보여줘도 오너, 즉 장인어른에게서 받는 평가는 아무리 후하게 받아봐야 ‘본전’이다. 잘한다는 칭찬을 받고 싶다는 기대는 애초부터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매형, 매제가 있다면, 그룹 후계구도에 대한 욕심은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 자기가 잘해온 분야를 이끌어 가는 몫만 챙기면 다행이다. 반면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목숨은 부지하겠지만 사실상 집안에서 ‘투명인간’으로 살아야 한다. 다시 말해, ‘눈 감고, 입 닫고, 귀 막고’ 절대 조용히 살아가야 하는 존재가 오너가 사위라는 것이다.

사위가 경영대권을 물려받은 사례도 있다. 이양구 동양그룹 창업주의 뒤를 이은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과 담철곤 오리온 그룹 회장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위 경영인들이 맡은 역할은 오너 직계가족의 조력자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경영권 후계구도가 가시화 되고 있는 시점에서는 아예 존재감을 없애기 위해 노력한다. 현대차그룹의 첫째 사위인 정태영 현대카드·현대캐피탈·현대커머셜 대표이사 사장을 비롯해, 삼성그룹의 두 사위인 임우재 삼성전기 부사장과 김재열 삼성엔지니어링 사장 등은 외부에 자신들이 공개되는 것을 꺼려한다.

장남이 대권을 물려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직계가족인 딸들이 남편을 앞세워 이를 견제한다는 분위기가 엄습한다면, 그룹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 이러한 분란의 중심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사위들은 혹시라도 모를 부작용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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