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모석봉 기자 = 우리나라 국민은 하루에 43.6명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다. 그 이유는 대부분 스트레스와 우울증 때문이라는 전문가의 분석이고 보면 우울증을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 가슴 아픈 일이다.
가을은 남자의 계절? 아니다. 오히려 여자에게 더 치명적인 계절이다. 쌀쌀한 날씨와 함께 찾아오는 마음의 감기는 여자를 우울하게 한다. 왜 그럴까? 한국건강관리협회 대전충남지부 전건(산부인과 전문의) 부원장을 통해 알아본다.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우리나라는 지난 2011년을 기준으로 한 해에 1만 5906명이 죽음을 택했다. 이는 하루에 43.6명, 33분마다 1명이 스스로 죽음을 택한다는 걸 의미한다. 이들이 삶을 포기하는 이유가 뭘까. 전문가들은 스트레스와 우울증이 매우 큰 영향을 준다고 입을 모은다.
그런데 가을로 접어드는 시기인 9월에 자살예방의 날이 있는 건 우연이 아닌지도 모른다. 가을이면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우울증이다.
마음의 감기로 불리는 우울증은 가을부터 기승을 부리기 시작해 봄이 되면 진정되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계절성 우울증’혹은 ‘가을 우울증’으로 부르기도 한다.
가을부터 많이 발생하는 우울증의 주요 원인으로 흔히 기후 변화를 꼽는다.
햇빛이 비추는 시간이 점점 줄고 기온이 낮아지면서 뇌에서 분비되는 화학물질이나 호르몬이 변화해 우울증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우울증과 관련이 있는 호르몬은 세로토닌이다. 기분을 좋게 만드는 뇌 속 물질로, 세로토닌이 부족하면 신경계가 불균형하고 감정이 불안해진다.
세로토닌을 행복 호르몬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가을에 접어들면서 일조량이 줄어들면 호르몬 분비에 변화가 생겨, 숙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 분비는 늘고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 분비는 줄어들게 된다. 이 같은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에 개인적으로 큰일이 있거나 스트레스가 높은 환경에 놓이면 우울증에 걸릴 가능성이 커진다.
대개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며 흔히 남자가 가을을 탄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는 여성들이 더 가을을 탄다. 세로토닌 수치가 상대적으로 높은 여성이 가을철 호르몬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우울증에 쉽게 빠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을 우울증 전체 환자의 60~90%가 여성이다. 특히 호르몬 변화를 크게 겪고 있는 40~50대 갱년기 여성은 계절성 우울증에 더욱 취약하다. 흔히 ‘가을 탄다’는 말로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가을 우울증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간 자칫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모든 일이 귀찮고 만성피로나 집중력 저하, 긴장, 초조감 등이 오래간다면 가을 우울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하루 종일 누워 있고 싶고 활동량이 줄어들다 보면 무력감과 외로움에 우울증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이처럼 가을 우우증이 시작되면 가장 손쉬운 해결책은 되도록 햇볕 아래 있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다. 가을 햇볕은 우울증을 극복하고 기분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된다. 햇볕을 쬐면 세로토닌이 원활하게 분비되어 안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분이 우울하다고 집에만 있는 건 절대 금물. 오히려 야외 활동량을 늘려야 한다. 맑은 날, 산책을 꾸준히 하고, 이왕이면 친구와 함께 걷는 게 좋다. 야외 활동이 여의치 않으면 실내에서라도 커튼을 걷어 햇볕을 받도록 한다.
또 의식적으로 규칙적인 생활을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가을 우울증은 일반적인 우울증과 달리 식욕과 수면욕을 부르기도 한다. 우울한 기분에 많이 먹고, 많이 자서 살이 찌는 원인도 된다. 이 때문에 의식적으로 아침잠을 줄이고 밤에는 제 시간에 잠자리에 들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좋다.
특히 우울증 예방에는 비타민 D가 좋다. 비타민 D는 대부분 햇빛을 통해 얻으므로 일조량이 적은 가을에는 연어나 우유, 달걀노른자, 생선, 간 등을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 세로토닌 분비에는 수용성 비타민인 비타민 B6도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땅콩, 치즈, 참깨, 두부, 마늘, 현미, 요쿠르트 등을 꾸준히 먹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