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을 증명하듯 상영 전 열린 기자회견에 세계 각국 취재진들이 현장을 가득 채웠고 레드카펫 행사 역시 열띤 취재 열기로 현장의 분위기를 달궜다. 이어 시사회 직후 박수 갈채와 함께 세계 유수 언론의 호평이 쏟아졌다.
특히 영화 ‘화장’은 임권택 감독의 4편의 베니스 영화제 초청작 중에서도 처음으로 선보이는, 동시대의 현재를 배경으로 한 영화라는 점에서 많은 기대를 모았던 바, 역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거장의 진면목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었다.
‘화장’은 현지시간으로 3일 제71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Out of Competition) 중 마스터 감독들을 소개하는 갈라(gala) 상영작으로서 첫선을 보였다.
‘씨받이’(86), ‘하류인생’(04), ‘천년학’(07) 등에 이어 네 번째 베니스 영화제 초청작인 ‘화장’은 임권택 감독의 102번째 신작이자, 지금 현재의 동시대 이야기를 그린다는 점에서 이전 작품들과는 사뭇 다른 면모를 선보인 것으로 많은 관심을 모았다. 시대를 뛰어넘는 거장답게 공개된 영화는 기대를 뛰어넘었다. 베니스 영화제 프로그래머인 엘레나 폴라치(Elena Pollacchi)는 “진정한 영화 ‘마스터’만이 이러한 어려운 소재를 이 정도의 자신감을 갖고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화장’은 인생의 여러 단계에서 마주칠 수 있는 인간관계에 대해 풍부하게 얘기하는 멋진 영화”라고 평한 바 있다.
상영 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는 많은 질문과 대답이 오갔다. 임권택 감독은 “영화의 콘셉트를 선택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영화는 인생을 산 만큼 그 인생을 바라보는 시각이 담긴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그저 세월을 살아온 만큼의 이야기가 담기는 것 같다”고 영화인생에 대한 거장다운 견해를 밝혔다. 또한 안성기는 “연기하면서 힘들었던 점”을 묻는 질문에 “‘만다라’부터 ‘화장’까지 임권택 감독님과 함께 작업하면서 매번 새로운 세계를 접할 수 있었다. 이번 작품은 특히나 지금까지 해왔던 작업과는 달랐기에 힘들었다. 누군가를 뚫어지게 보고 연기하는 게 처음이었고, 인간의 본성 같은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어색했지만 촬영을 해가면서 적응할 수 있었다. 함께 호흡을 맞춰왔던 김규리, 김호정 씨와 임권택 감독님께 감사하다”고 새로운 역할에 대한 감회를 표했다.
김규리는 “제 연기인생에 ‘하류인생’이 큰 배움이 됐는데, ‘화장’ 촬영을 하면서 한 단계 나아간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영화가 삶과 죽음 두 가지를 동시에 담는다면, 그중에서 생명력, 삶 자체를 표현해야 하는 역할이라서 어떤 식으로 그 생명력을 오롯이 표현할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했다”고 역할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김호정은 “무엇보다 죽어가는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게 정신적으로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경하는 감독님과 안성기 선배님과 함께 작업했기에 행복하게 임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화장’ 팀은 베니스 공식 일정을 마친 뒤 6일 오전 인천으로 입국할 예정이다. ‘화장’은 4일 개막해 14일까지 진행되는 제39회 토론토 국제 영화제 ‘마스터(Masters)’ 섹션 부문에도 공식 초청되어 상영을 앞두고 있다.
영원한 현역, 임권택 감독의 신작 ‘화장’은 암에 걸린 아내가 죽음과 가까워질수록 다른 여자를 깊이 사랑하게 된 남자의 서글픈 갈망을 그린 이야기로, 2004년 제28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김훈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한국문단을 대표하는 김훈 작가와 한국영화계의 전설 임권택 감독, 명실상부 국민배우 안성기의 조합, 대한민국 대표 제작진이 합심해 “모던함을 만난 한국영화의 클래식”이라 불릴 품격 있는 작품을 탄생시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