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김종영미술관 '창작지원작가'로 선정된 김의식 서해영 이원호 작가의 개인전이 김종영미술관 신관 사미루 전관에서 열리고 있다.
'창작지원전'은 미술관이 젊은 신진 조각가들의 창작 의욕을 북돋우고 이들의 역량과 성과를 뽐낼 수 있는 전시공간을 제공하고자 2009년부터 매년 진행해오는 전시다.
김의식은 'Natura'를 타이틀로 거대한 밍크고래 지느러미뼈를 전시하고 있다. 자연사 박물관같은 분위기다. 지느러미 뼈에는 알 수 없는 글을 빼곡히 쓰여있다.
라틴어 'Natura'는 ‘본성’이라는 뜻이다. 밍크 고래는 해양포유류 중 인간과 DNA 구조가 가장 유사한 동물이라고 한다. 지느러미의 해부학적 구조는 인간의 손과 똑같다. 어쩌면 먼 옛날 언제인가 밍크고래와 인간은 같은 조상에서 분화되어 나왔다고 상상해볼수 있는 근거다.
지느러미뼈에 알아볼 수 없는 글을 쓴 것은 작가 김의식이 과거 자신의 좋지 않은 기억들을 지워버리기 위해 글을 썼던 것의 연장선상이라 한다. 작가의 글쓰기는 기억하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이 아닌 잊어버리기 위한 글쓰기는 비상식적이고 모순된 행위다.
서해영의 전시장은 돌덩이들이 가득하다. '산에서 조각하기-삼각산 조각하기'라는 주제로 '현대조각과 전통조각의 차이점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됐다. 작가는 자신이 오랫동안 ‘전통조각’의 교육을 받아 왔다고 생각하며, 그런 전통조각의 대표적 특성이 ‘결과물 중심’과 ‘관념성’이라 규정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서해영은 산에서 조각을 했다. 등산을 가서 화가가 사생을 하듯이 산을 보고 점토로 산을 만들어 온 것이다. 그의 작업은 전통 조각 개념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작업이다.
전시장에는 산을 보고 만든 소조작품과 등반과 관련된 장비와 일지, 그리고 기록영상과 사진들이 함께 전시되어 있다.
'나는 여기에 없어요'( I am not there)로 전시장을 꾸민 이원호는 주변에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소소한 것들이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을 포착하여 그 이유를 성찰해본다.
이번 작업은 한국관광을 위한 국제홍보용 달려에 실린 고향풍경의 이미지들로부터 출발했다. 독일에 머물던 2009년, 우연히 한국인 지인으로부터 받은 한국문화관광부에서 해외홍보를 위해 배포한 달력에서 낙양읍성 민속촌 사진을 보게 되었다. 그의 고향은 낙양읍성과 지근거리며 그는 낙양읍성에 있는 초등학교를 다녔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그 사진을 보는 순간 “과거는 복원했지만 자신의 어린 시절의 경험은 사라진 것을 느꼈다”고 한다.
이런 경험을 통해 이번 작업은 그 달력 사진 속 배를 다양한 방법으로 해체하여 ‘이미지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살펴보고 있다. 전시는 10월 5일까지.(02)3271-64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