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거장 백남준(1932∼2006)과 이우환(78)을 비롯해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작가 김아타(58)와 유근택(49)·이용백(48)·이세현(47)·홍경택(46)·오윤석(42)·권순관(41)·김기라(40)·박지혜(33)·장종완(31) 등 국내 작가 12명의 대표작이 중국 항저우로 날아갔다.
중국에서 보기드문 전시기이기도 하지만 현재 이 시기에는 많은 전시가 항저우에 몰려 있어 한국현대미술을 대거 알릴수 있는 좋은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항저우에는 현재 절강미술관에서 우리의 '국전'과 같은, 5년에 1번 개최되는 '전국미전'이 열리고 있고 중국미술학원 내 미술관에서도 비디오 작가 중에서는 처음으로 영국 작가 로만 시그너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어 중국 미술계의 관심이 항저우로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항저우는 중국 미술계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세계무대에서 인정받은 중국 아방가르드 1세대 작가 황용핑(黃永平), 백남준에 이어 아시아인으로는 두 번째로 2008년 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연 차이궈창(蔡國强) 등도 모두 항저우 출신이다.
1985년 이전까지 성행했던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깨고 현대미술을 선보인 '85미술신조류' 운동이 시작된 곳도 바로 항저우다.남송(南宋)의 수도로 전통적으로 문화가 발달한 항저우는 "중국 현대미술의 발원지"로 불린다.
이번 전시에는 중국 작가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준 백남준의 작품으로는 1995년 프랑스 리옹비엔날레에 전시됐던 초기 텔레비전 설치 작품 5점과 러시아의 소설가이자 사상가 톨스토이를 형상화한 로봇 1점이 소개된다.
전시장 입구에 중국에도 널리 알려진 이우환의 대표 시리즈로 돌과 철판을 소재로 한 작품 '관계항'이 놓였다.
'미디어아트의 대표주자' 이용백의 작품은 굉음을 내며 날아오는 총알로 깨진 거울과 거울을 통해 바라보던 자신의 모습이 하나로 합쳐지는 순간을 마주하게 하는 작품 '브로큰 미러'(Broken Mirror)가 설치됐다. 굉음을 내며 날아오는 총알로 깨진 거울과 거울을 통해 바라보던 자신의 모습이 하나로 합쳐지는 순간을 마주하게 하는 작품이다.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한국 작가 중 최고가 기록을 세운 홍경택은 불꽃놀이처럼 화려하게 솟아오르는 펜 작품을, 김기라는 냉면을 소재로 '이념의 무게'를 다룬 영상 등을 각각 선보인다.
참여 작가 중 막내인 장종완은 종(種)에 관계없이 동물들이 사랑을 나누는 장면 등을 통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천국의 이미지로 그려놓은 작품을 소개한다.
"이용백의 작품이 충격적이었다"는 천즈징(陳子勁) 삼상당대미술관장은 "중국 작가들은 쉽게 자만에 빠지고 경제 성장처럼 급하게 성과를 내려는 경향이 있어 자극이 필요하다"며 "앞으로 정기적으로 한국 작가의 전시를 열면 좋겠다"고 말했다.
삼상당대미술관과 함께 전시를 연 학고재갤러리의 우찬규 대표는 "앞으로 그룹전 형태뿐 아니라 좋은 작가가 있으면 개인전도 열 계획"이라며 "이번 전시가 양국의 예술적 교류를 증진하는 중요한 일을 하는 출발점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우 대표는 학고재의 상하이 전시공간에서 9월 12일부터 백남준의 개인전 '백남준을 상하이에서 만나다'를 열고 모니터 64개로 된 백남준의 대표작 'W3'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학고재 상하이갤러리는 예술특구 모간산루 50호(M50) 중심부에 상업화랑 중 두 번째인 233㎡ 규모로 자리잡고 있다. 전시는 9월28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