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우크라이나 동부지역 교전사태를 둘러싸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최초의 양자회담을 통한 해결방안 모색에 나섰다.
26일(이하 현지시간) 이타르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양국 정상은 이날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 시내에 위치한 대통령 관저인 '독립궁전'에서 밤 10시께부터 2시간 동안 비공개로 회동을 진행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정상 간 단독 회동은 지난 6월 7일 포로셴코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이다.
두 정상은 회담 직후 공동성명 없이 따로 기자회견을 가졌다. 양측은 우크라이나 갈등을 완화해야 한다는 원론적 공감대는 형성했으나 러시아 측이 군사 개입 사실을 부인하는 등 양측간 이견이 여전히 팽팽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푸틴 대통령의 답변은 포로셴코 대통령과 온도 차를 보였다.
푸틴 대통령은 "정치적 해법을 찾기 위한 논의가 시작됐다는 점에서 회담이 긍정적이었다"면서도 정전협상과 관련해서는 '우크라이나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러시아가 군사적 개입을 한 적이 없으므로 정전 협상도 벌일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셈이다.
이날 두 정상 간 회담은 구소련 관세동맹(러시아-벨라루스-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유럽연합(EU) 간 고위급 다자회담 뒤 이루어졌다.
다자회담에 참여했던 알렉산드라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푸틴과 포로셴코 대통령은 입장 차이가 있었지만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긴장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데는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다자회담을 시작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수입 관세 면제 혜택 철폐 계획을 밝혔다. 우크라이나가 EU와 자유무역지대 창설을 골자로 한 협력협정을 체결하면서 러시아의 예상 손실이 1000억 루블(약 2조8000억원)에 이른다는 것이 그 이유다.
아울러 이날 다자회담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가스 가격 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양측은 올해 6월 유럽연합(EU)의 중재로 아홉 차례에 걸쳐 가스 가격 협상을 벌였으나 입장 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했었다.
러시아는 크림병합 등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지난 4월부터 가스 공급가를 80% 인상했고, 우크라이나는 가스가격 할인을 요구하며 대금 지급을 미뤄왔다. 이에 러시아는 올해 6월 중순부터 지불한 대금만큼만 가스를 공급하는 선불공급제를 채택,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스공급을 중단했다.
이에 대한 반격으로 우크라이나는 자국 영토를 경유해 유럽으로 공급되는 러시아산 천연가스 운송을 중단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는 유럽 천연가스 수요의 30%를 공급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절반가량은 우크라이나를 경유하는 가스관을 통해 운송된다.
이와 관련해 유리 프로단 우크라이나 에너지·석탄부 장관은 유럽으로 가는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차단하지 않을 것이며, 러시아와의 갈등으로 예상되는 이번 겨울 가스 공급 부족분은 유럽 가스를 역수입하는 방식으로 보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