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영국 최대은행 바클레이스는 향후 5년간 유로 지역의 평균 인플레 기대치가 1.95%로 하락했다고 밝혔다. 이는 가장 심각한 유로존 채무 위기를 겪었을 당시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바클레이스 측은 "장기 인플레 기대치가 올 들어 안정 수준을 유지하다가 7월말부터 급락하기 시작했다"면서 러시아의 EU 식품 금수조치에 따른 여파가 유로 디플레 우려를 더욱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지난 23일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 연례회동 연설에서 유로 인플레 기대치 급락에 대해 "중단기적으로 (인플레 기대치) 변화가 더 의미 있는 것"이라면서 "ECB가 중기 물가 안정을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유로존 내 디플레이션 우려가 확산되면서 그간 시장에서는 미국·일본식의 자산매입을 통한 양적완화(QE)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이어져 왔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주장의 이유로 유럽 대륙이 일본식 디플레이션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지난 2분기 유로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를 기록했고, 1990년대 일본 불황의 신호탄이었던 10년물 국채금리까지 하락했다.
물가상승률 하락추세 또한 일본을 빼닮았다. 일본의 근원물가지수(CPI) 성장률은 1991년 4.0% 수준이었으나 1995년 마이너스로 전환된 이후 2007년까지 0%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지난달 유럽연합(EU) 통계청인 유로스타트가 집계한 7월 인플레이션율 또한 전년대비 0.4%로, 5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ECB가 제시한 목표치의 5분의 1정도 수준이다. 이와 함께 로이터가 조사한 8월 CPI 예상치 또한 연율 0.3%로 관측돼 전달의 0.4%에서 더 위축될 것으로 예상됐다.
프랑스 투자은행 BNP파리바의 켄 와트릿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유럽 경제의 불황은 일본이 이미 겪었던 상황이다. 물가상승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낮아져 0에 가까워진다면 디플레이션에 대한 완충작용을 기대할 수 없다"며 ECB의 행동을 촉구했다.
BNP 파리바의 글로벌 금리 전략 책임자 로런스 머트킨 또한 "시장이 (인플레를 부추기려는) 드라기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 아닌 행동을 원한다"고 말했다.
미즈호의 리카르도 바르비에리 수석 유럽 전략가는 "유로 경제가 단기적으로 더 어려움에 빠질 것이 확실시된다"면서 "ECB의 양적완화 실행이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많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