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세월호 정국이 박근혜 대통령과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의 양자 구도로 재편될 조짐이다. 세월호 특별법 협상 과정에서 새정치연합 박영선호(號)가 흔들리면서 대안론으로 문 의원이 급부상, 박 대통령과의 대결 구도가 한층 뚜렷해진 것이다.
지난 18대 대선 당시 양자 구도를 형성한 이들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에도 국가정보원(국정원) 대선 개입 사태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폐기 의혹 등에서 정국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김한길·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앞서 두 번의 선거에서 ‘세월호 심판론’을 살리지 못하는 사이 문 의원이 빈 공간을 치고 들어가면서 ‘박근혜 대 문재인’ 구도는 더욱 고착화됐다.
현재 범 보수진영에는 새누리당 7·14 전당대회에서 컨벤션(정치적 이벤트 이후 지지율이 상승하는 현상)효과를 본 김무성 대표를 제외하고는 뚜렷한 인물군이 없는 터라 박 대통령의 영향력은 당분간 콘크리트 지지율만큼 단단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새정치연합과 정의당, 진보당 등 범야권이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관련, 대통령의 직접 등판을 촉구하면서 박 대통령에 대한 보수 지지층의 구심력은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국 변곡점마다 ‘朴 대 文’ 구도…정국 주도권 희비 따라 역학구도 ‘요동’
범야권에선 문 의원이 세월호 정국을 주도하고 있다. 문 의원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 농성 4일째인 22일 자신의 트위터에 세월호 참사 희생자 고(故) 김유민양의 아버지 김영오씨가 단식 농성 중에 쓰러진 것과 관련해 “그를 살리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이라고 밝혔다.
앞서 문 의원은 전날(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도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손을 놓고 있는 청와대와 새누리당을 향해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뭐하고 있습니까”라며 “당신들이 책임지고 당신들이 수습해야 할 일”이라고 비판했다.
새정치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세월호 특별법 재협상안을 찬성하는 상황에서 문 의원이 ‘재재협상’을 촉구, 야권 내부의 역학구도에도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비노(비노무현)의 습격으로 평가받는 ‘김한길·안철수’ 체제에서 숨죽인 친노가 세월호 정국을 계기로 치고 나오면서 정국을 ‘박근혜 대 문재인’ 구도로 끌고 갈 수 있어서다.
범야권 최대 계파이자 가장 강한 인물 구도력을 지난 문 의원이 차기 대권잠룡 경쟁에서 어느 정도 존재감을 보여줄 경우 친노그룹의 구심적 역할은 물론 ‘대안론’으로 급부상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월호 참사로 예전만은 못 하지만, 콘크리트 지지율의 박 대통령과 범야권 대안론 문 의원의 한판 승부가 시작된 셈이다.
◆정국 파행, 朴 대통령 VS 文 지지율 살펴보니…
일단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답보’ 상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의 8월 셋째 주 정례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지난주와 동일한 46%를 기록하면서 3주째 변화가 없었다.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 평가 비율은 44%로, 같은 기간 1% 포인트 하락했다. 9%는 의견을 유보했다(어느 쪽도 아님 4%, 모름·응답거절 5%).
눈여겨볼 대목은 박 대통령의 부정 평가에서 ‘소통 미흡’이 21%로 1위를 기록한 점이다. 이는 프란치스코 방한 과정에서 보여준 세월호 유가족들에 대한 면담 거부가 한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소통 부재에 대한 비판 여론이 20%를 상회한 것은 ‘공기업 민영화·철도 파업·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가 확산되던 지난해 12월 3주부터 올해 1월 5주까지였다.
차기 대선 주자 지지도 조사에선 문 의원이 14%를 기록하면서 박원순 서울시장(17%)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3위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13%)가 차지했다.
이어 새정치연합 안철수 공동대표(9%), 새누리당 정몽준 전 의원(6%),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6%), 안희정 충남도지사(2%), 남경필 경기도지사(2%) 순이었고, 29%는 의견을 유보했다.
여권 지지층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김무성(26%)·정몽준(12%)·김문수(11%) 순이었고, 새정치연합 지지층에서는 문 의원(32%)이 박 시장(30%)을 오차범위 내 앞섰다. 친노그룹의 팬덤 현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문 의원의 단식 동조에 대한 비판 여론도 만만치 않아 지지율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편 이번 조사는 19~21일까지 사흘간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RDD 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해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이며 응답률은 16%(총통화 6086명 중 1002명 응답 완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