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여인 권(서영화)을 찾아 서울 북촌에 온 일본인 모리는 그녀의 집 근처 게스트하우스에 묵게 되는데 그곳에서 허물없고 정이 많은 상원(김의성)을 만나게 된다.
모리는 상원과 술을 마시다 “그 사람이 지금 보고 싶어요”라며 권을 향한 그리움을 불쑥 털어놓는다. 또한 그녀를 찾아야 하지 않냐는 상원의 질문에 “그녀를 보게 되건 아니건 상관없어요. 중요한 건 내가 그녀를 찾고 있고 생각하고 있다는 겁니다”라며 권을 찾는 간절한 마음을 고백한다.
이처럼 모리의 진솔한 마음을 엿볼 수 있던 취중대화 장면은 홍상수 감독 영화 속에 빠지지 않는 백미로 꼽혀왔다. 가끔은 배우들이 술을 마시면서 실제 촬영이 진행되는데 주량이 약한 카세 료도 음주 촬영을 피할 수 없었다. 얼굴이 상기되고 몸이 힘든 상황이었지만 카세 료는 굉장한 집중력으로 대본을 외우고 연기지도를 받으며 촬영에 임했다.
또한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북촌방향’ 등에서 이미 경험이 있는 김의성은 능숙하게 촬영현장을 이끌었다. 두 사람의 노력 끝에 탄생한 술자리 장면 속에 흥겨운 분위기와 진솔한 대화가 어떻게 녹아있을지 벌써부터 관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특히 매 작품마다 관객들에게 잊을 수 없는 음주신을 선사했던 홍상수 감독이 ‘자유의 언덕’에서는 또 어떤 진솔한 대화로 장면을 완성했을지 기대가 모인다.
9월 4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