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재영 기자 =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공백이 길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재용 부회장의 글로벌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이 회장의 입원기간이 3개월 남짓 되고 삼성전자 실적도 나빠져 위기설이 대두된 시점에서 이 부회장의 행보가 그룹에 타개책을 열어줄지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중순에는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에서 열린 앨런앤드코 미디어콘퍼런스에서 이 부회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 행사에서 이 부회장은 애플의 팀 쿡 CEO와 구글의 래리 페이지 CEO 등 세계 IT업계 거물들과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이후 선밸리에서 돌아와 다시 2주만에 미국 출장길에 올랐으며 유럽까지 돌아보고 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 사이 삼성전자는 애플과 미국 이외 지역에서의 특허소송을 철회하기로 합의해, 이 부회장이 이번 현안 해결을 주도했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지난 15일에는 이 부회장이 중국 광둥성 후이저우 둥관의 휴대폰 생산공장을 둘러보고, 베이징에서 중국 스마트폰 사업 관련 임원들과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모바일 사업 부진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관련 현안을 직접 챙기는 모습이다. 광둥성 출장 중에는 중국의 차세대 지도자 후보로 꼽히는 후춘화 광둥성 당 서기를 면담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다.
이 부회장은 또 17일 중국 난징에서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우원회 위원장과 만나 올림픽 후원 계약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IOC 위원인 이건희 회장의 부재에 따른 것으로, 지난달에도 이 부회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의전해 이 회장을 대신하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
전문경영인과 오너경영의 복합 시스템으로 양쪽의 강점을 경영에 살려온 삼성으로서는 이 회장의 공백이 곧 오너경영의 약화를 의미한다. 즉, 오너경영의 강점인 사업 속도와 집중력 등의 결여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특히 오너는 각국의 고위 관료나 기업의 최고위직과 대면해 협상을 이끄는 데 수월하다. 따라서 재계는 최근 중국발 모바일 쇼크 등 해외에서 위기가 부각된 삼성전자에 이러한 오너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해외 출장이 잦은 이 부회장의 행보가 큰 관심을 받는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회사를 떠났다가 90년대 말 위기에 빠진 회사를 살리기 위해 복귀했듯이 오너경영은 과감한 조직혁신 등의 중대 결정을 통해 위기상황에서 더욱 힘을 발휘할 수 있다”며 “경영권 승계 관측으로 오너경영에 대한 비판적 시선도 있지만, 오너경영의 강점을 앞세워 위기를 해결하고 성과를 내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