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여야가 7·30 재·보선 전후로 낡고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외치면서 구성하기로 한 혁신위원회가 표류하고 있다.
여야는 오픈 프라이머리(완전 국민경선제) 등 ‘공천 개혁’과 민생 등 ‘생활 정치’를 모토로 혁신위 출범의 속도전을 예고했으나, 18일 현재 밑그림조차 그리지 못하면서 지지부진한 모양새다.
특정 이슈에 놓고 정국 주도권 잡기에만 골몰하는 진영 논리를 타파하지 않고는 구체제와의 결별은커녕 국회 자체가 낡은 체제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민생은 없고 정쟁만 나부끼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7·14 전당대회 과정에서 ‘혁신 작렬’을 외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조만간 상향식 공천 등을 담당하는 혁신위를 띄운다는 방침이다.
앞서 집권여당은 7·30 재·보선 전 ‘새누리당을 바꾸는 혁신위원회(새바위·위원장 이준석)’를 출범시키면서 정당 혁신 아젠다를 주도했다. 지난 16일 45일간의 활동을 마친 새바위는 당내 인사검증위 설치를 골자로 하는 혁신안을 당 지도부에 전달했다.
하지만 김무성호가 새바위 혁신안을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당내 인사들은 새바위의 8대 자기 검증 항목인 선거 전 공천 희망자에 대한 △탈법적 재산(투기·농지법 위반·내부자 정보에 의한 주식거래) △병역 △탈세 △위장전입 △금고형 이상의 범죄 사실 △논문 표절 등에 부정적인 의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새누리당은 혁신위원장과 지명직 최고위원, 여의도연구원장 등의 인선 난항에다가 최근 김 대표의 ‘당무 감사’ 지시로 뒤숭숭한 분위기가 겹쳤다. 당 내부에 혁신 작업 보다는 개인의 보위만 신경 쓰는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는 얘기다.
조직 정비 차원에서 실시되는 당무 감사가 당협위원장의 교체 신호탄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2016년 총선에 앞서 친박(친박근혜)계에 대한 비박(비박근혜)계 물갈기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재·보선 승리에도 혁신위 동력 마련에 실패한 새누리당은 대신 민생을 고리로 새정치연합 혁신위를 공격하고 나섰다.
이군현 사무총장은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를 겨냥, “생활정치는 민생법안을 만들고 처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날을 세웠다. ‘강 대 강’ 구도에 빠진 셈이다.
세월호 특별법을 조기에 매듭짓고 ‘재창당’ 수준의 혁신 작업에 드라이브를 건다는 방침을 정한 박영선 비대위는 세월호 정국에서 단 한 발도 나아가지 못하면서 좌초 위기에 처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19일 본회의가 사실상 무산되면서 오는 20일 혁신위 출범도 암초에 부딪혔다.
새정치연합은 △국민의 눈높이 △혁신 △당 재건 등의 3대 키워드로 혁신위를 이끈다는 전략이었으나, 위원장 선임 등 외부 인사 영입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한 관계자는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당이 세월호 특별법에 당력을 총집중하면서 조기 혁신위 출범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교착 국면 속에서 새정치연합의 내상이 더 깊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8월 둘째 주 정당 지지도(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 포인트)에 따르면 새정치연합은 지난주 대비 3.6% 포인트 하락한 22.2%, 새누리당은 같은 기간 0.6% 포인트 하락한 45.0%를 각각 기록했다.
새정치연합이 혁신위 출범 과정에서 ‘참신한 외부인사’ 영입과 오픈 프라이머리와 모바일 투표를 넘어선 정당 혁신안을 내놓지 못할 경우 ‘도로 민주당’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이 경우 당내 친노(친노무현)그룹과 비노(비노무현)그룹의 주도권 경쟁이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