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현대차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지난 14일 올해 임금협상 결렬을 이유로 전체 조합원 4만7262명을 대상으로 파업 돌입 여부를 묻는 찬반투표를 한 결과, 투표 인원 4만1523명 중 3만 2931명(전체 조합원 대비 69.68%)이 찬성으로 파업이 가결됐다.
그래도 아직은 협상 시한이 남아 있는 것은 다행이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1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이번 노사 협상에 대한 조정 신청을 했다. 하지만 중노위가 "조정대상이 아니고, 임금이나 성과금 같은 임협 본질적 안건에 대한 논의가 미진하다"는 이유로 행정지도를 내리자 노조는 11일 두 번째 조정신청을 했기 때문이다. 조정절차가 이뤄지는 10일간 노조의 파업은 불법으로 간주된다.
이에 따라 오는 20일 중노위의 조정 중지 결정이 날 경우 21일부터 실제 파업이 가능하다. 상급 단체인 금속노조가 20일과 22일 파업을 예고한 상태인 만큼 현대차 노조는 22일 파업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노조의 통상임금 확대 요구에 사측은 2012년 노사협상 때 통상임금 문제를 법적 소송 결과에 따르기로 합의한 만큼 대법원의 판결이 끝나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사측은 '상여금 문제는 2개월 기준으로 15일 이상 근무해야 지급한다'는 조건이 걸려 있어 통상임금 성립 요건인 '고정성'이 결여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밖에 노조는 △기본급 대비 8.16%(15만9614원) 임금 인상 △조건없는 정년 60세 보장 △주간 연속 2교대제 문제점 보완 △전년도 당기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해고자 복직 △손해배상 가압류와 고소고발 취하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가 파업에 들어갈 경우 현대차는 물론 협력업체에까지 피해가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임단협 결렬로 15일간 생산라인이 중단되면서 차량 5만191대를 만들지 못해 1조225억 원의 생산차질을 빚은 바 있다. 여기에 지난해 상반기 11주간 진행된 휴일 특근 거부로 1조6000억원의 생산차질까지 포함하면 무려 2조6225억원의 매출손실을 발생시켰다. 기아차 역시 생산차질 2만3271대, 매출손실 4135억원을 기록했다.
현대·기아차 부품 협력업체들 걱정은 태산이다. 만약 양사 노조가 실제로 파업에 나설 경우 협력업체들은 자사의 의지와 상관없이 생산 물량을 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가 전면 파업에 들어갈 경우 국내 부품업체들의 하루 손실액은 9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현대차의 파업이 현실화하면 그 피해가 330여개의 1차 협력사와 5000개의 2·3차 협력사로 고스란히 전달되는 셈이다. 지난해 현대차 노조의 파업으로 인한 부품업체들의 총 손실액은 5400억원으로 추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