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주 기자(공동취재단)=“세월호 참사 억울하다. 들어달라 메시지 전할 거다."
14일 서울공항에 도착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환영단에 참석한 세월호 유가족인 박윤오(50, 임마누엘)씨가 "기적이 일어나갈 바란다. 잘못한 쪽에 회개하는 사람들이 나타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씨는 사제의 길을 꿈꾸던 예비신학생 故고 박성호(단원고 2학년) 군의 아버지다.
교황을 성남 서울공항에서 맞이한 '보통 사람들'은 한결같이 벅찬 심정을 드러내며 교황의 방한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오는 16일 복자품에 오르는 권상문·천례 남매의 6대손인 권혁훈(68)씨는 "200여년 전에 고초를 겪은 조상들이 복자로 선정된 것도 감격스러운데 교황을 직접 만날 수 있게 돼 행복하다"며 "교황이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남기든 천천히 음미하다 보면 각자의 위치에서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인 희생자 고 정원재(61, 대건안드레아) 씨의 부인 김봉희(58, 마리아) 은 “가슴아픈 영광"이라며 "용두초등학교 동창회 여행 중 세월호 사건으로 남편을 잃었다. 좋은 일로 만났음 더없는 영광일텐데 가슴 아프고 미안하다"고 밝혔다.
故고 남윤철 단원고 교사의 부친 남수현(세례명 가브리엘)씨는 “잘못한 사람들이 고해성사하듯이 뉘우쳤으면. 아시시의 프란치스코의 평화의 기도문에 ‘미움 있는 곳에 사랑을, 분열 있는 곳에 일치를’이라는 구절이 있다. 교황님이 사람들한테 평화의 기도문을 보내 매일 기도했으면. 교황님의 말씀이 위안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2012년 한국 땅을 밟은 새터민 김정현(가명, 58, 스텔라)씨는 “25년만에 오는 교황을 뵐 수 있다니. 북한에 기도해주셨으면 좋겠다. 종교가 없는 나라다. 북한이 평화적으로 통일되는 일에 기도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어르신 대표로 환영단에 속한 권택진(79)씨는 "교황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를 얻게 돼 영광스럽다"며 "한국에 무사히 건강히 머물다 가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땅을 밟자마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박근혜 대통령의 영접을 받은뒤 나란히 줄선 세월호 유가족들과 마주했다.
세월호 유가족이라고 소개받자 교황은 환한 미소를 거두고 가슴에 손을 얹었다. 그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가슴이 아프다.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영국 스코틀랜드 출신의 선교사 양 수산나(78·수산나 메리 영거) 여사는 "50년간 한국에서 살아오면서 이렇게 기쁠 수가 없다"며 "교황의 말씀과 강복에 특별히 귀를 기울이며 주님께 더욱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양 수산나는 1959년 우리나라에 입국해 불우한 여성들에게 양재와 미용 기술을 가르친 선교사다.
■ 교황방한 첫 환영단 평신도 32명=교황 환영단에 포함된 평신도들은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4명), 새터민(2명), 이주노동자(2명), 범죄피해자 가족모임인 해밀(2명), 가톨릭노동청년(2명), 장애인(보호자 포함 2명), 시복대상자 후손(2명), 외국인 선교사(2명), 수도자 대표(2명), 중고생(4명), 어르신대표(2명), 예비신자(2명), 화동(2명) 및 보호자(2명)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