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작가들 "광주비엔날레 홍성담 작품 전시해야" 아니면 불참

2014-08-13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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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특별전의 원래 취지로 되돌아가 책임큐레이터 윤범모 씨의 기획을 존중하고 홍성담 씨의 작품을 전시할 것을 강력하게 요청한다."

 광주비엔날레 창설 20주년 기념 특별전에 참여할 예정이었던 일본 오키나와 작가들이 11일 광주비엔날레측에 이같은 메시지를 보내고 "그렇지 않으면 전시회의 이념이 무너져 가고 있는 광주비엔날레에 오키나와에서 우리가 참여할 의미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들의 요구가 아쉬운건 이번 전시의 주요 작품 중 하나인 독일 여류 화가 케테 콜비츠의 작품을 대여해 준 사키마 미술관 측도 포함돼 사실상 전시가 무산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사키마 미술관이 이번 전시에 출품한 케테 콜비츠의 작품은 사실상 이번 전시의 대표작으로 광주비엔날레 측이 케테 콜비츠의 작품을 국내에서 대거 선보이는 것은 처음이라고 홍보할 정도였다.

전날 이윤엽과 홍성민 등 참여 작가 일부가 출품한 작품을 철거한 데 이어 일본 오키나와 작가들의 참여 철회와 케테 콜비츠 작품의 철수 등이 이어질 경우 전시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들은 "광주의 '광주 민주항쟁'은 오키나와의 '오키나와 전쟁'과 '강요된 미군 기지'와 마찬가지로 거듭 되새겨야 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예술은 그런 문제를 정치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인간의 생명과 존엄의 문제로 제안하는 행위"라며 "따라서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예술 작품은 정치의 힘으로 막을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달콤한 이슬 - 1980 그 후' 자문위원을 맡은 이나바 마이 광운대 교수는 "오키나와 작가들은 이후 비엔날레 측의 진행 상황에 따라 작품 철수를 논의할 계획"이라며 "한국을 대표하는 광주비엔날레가 이런 식으로 파행한 것에 대해 자문위원으로서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논란의 시작은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홍성담 작가의 전시가 유보되면서다.  80년대 대표적인 민중미술작가인 홍성담은 이번 비엔날레 특별전에서 오월 광주가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보듬는 내용의 대형 걸개그림을 선보일 예정이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묘사한 부분을 놓고 광주시가 수정을 요구하면서 논란이 벌어졌고 결국 작품 전시가 보류되자 윤범모 책임큐레이터가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다음은 오키나와 작가들의 성명문 전문
광주비엔날레 20주년 특별전 ‘달콤한 이슬 – 1980 그 후’
오키나와에서의 메시지


사키마 미치오(佐喜眞道夫)와 오키나와의 미술 관계자들은 2000년 제3회 광주비엔날레를 방문했었습니다. 그 때 ‘예술의 힘’을 통해 광주의 깊은 상처를 극복해 나가려고 하는 ‘광주정신’을 만나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 때부터 오키나와 사키마 미술관은 현실사회와 대치하는 홍성담 (2005년), 이윤엽 (2011년), 정주하 (2013년) 등 한국 작가의 전시회를 개최하여 오키나와와 한국의 문화적 관계를 쌓아 왔습니다.

2014년은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광주비엔날레가 20주년을 맞이합니다. 그 기념 특별 프로젝트의 주제인 ‘달콤한 이슬 - 1980 그 후’는 ‘국가폭력에 대한 기억과 증언 또는 저항 정신을 내포하면서 그 저항정신과 상처에 대한 치유의 메시지를 다루는 작품을 한국 내외의 중요 작가 47명으로 구성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책임큐레이터인 윤범모씨께서 오키나와의 세 명 작가, 킨죠 미노루(金城実), 히가 토요미츠(比嘉豊光), 킨죠 미츠루(金城満)와 사키마 미술관의 소장품에서 케테 콜비츠 작품의 대여를 요청한 것은 우리에게는 가슴 뛰는 기쁨이었습니다. 전시회의 성공을 기원하며 큰 기대를 가지고 8월 초순부터 광주를 방문하여, 설치 작업을 마치고 10일 귀국했습니다. 그 직후 홍성담 작품의 전시 불가 결정에 따른 윤범모씨의 사퇴 소식을 듣고 큰 충격을 받고 있습니다.

광주의 ‘광주 민중항쟁’은 오키나와의 ‘오키나와 전쟁’과 ‘강요된 미군 기지’와 마찬가지로 거듭 되새겨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예술은 그러한 문제를 정치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인간의 생명과 존엄의 문제로 제안하는 행위입니다. 따라서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예술 작품은 정치의 힘으로 막을 수는 없습니다.

특별전의 원래 취지로 되돌아가 책임큐레이터 윤범모 씨의 기획을 존중하고 홍성담 씨의 작품을 전시할 것을 우리는 강력하게 요청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전시회의 이념이 무너져 가고 있는 광주비엔날레에 오키나와에서 우리가 참여할 의미가 전혀 없습니다.

2014년 8월 11일
광주비엔날레 오키나와 관계자
대표 ・ 사키마 미치오(출품자・사키마 미술관 관장) 
히가 토요미츠(참여작가) 
킨조 미츠루(참여작가) 
우에하라 세이유(上原誠勇 : 화랑 오키나와 대표)
오나가 나오키(미술평론가) 
(번역 책임 : 달콤한 이슬 자문위원 이나바 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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