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승훈 기자 = "더 이상 졸라맬 허리띠도 짜낼 물기도 없습니다. "
지난 12일 서울의 각 자치구 수장들이 시청 브리핑실을 찾아 하소연했다. 골자는 중앙정부의 기초연금, 무상복지 등 국·시비 매칭사업으로 곳간이 텅비기 직전이란 것이다. 갈수록 늘어나는 보편적 복지예산에 허리가 휘다 못해 부러질 지경이라고 서울시 25개 구청장들이 한 목소리를 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구청장들은 '기초연금 대란', '무상보육 대란'이란 말을 거리낌 없이 쏟아낸다. 어쩌다 이렇게까지 됐을까. 간단히 설명하면 벌어오는 돈은 줄었는데, 쓸 돈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자치구의 재정이 고갈 위기에 처한 게 사실이다. 25개 자치구는 올해 7월 기준 기초연금 및 무상보육(보육료+양육수당)으로 1150억원의 예산이 부족하다. 반면 재정형편은 지방세인 취득세 감면 등으로 줄었거나 제자리다.
그러다보니 저마다 "못 살겠다"고 불만을 터뜨린다. 앞으로도 반복될 수밖에 없을 이 같은 모양새를 개선할 방안은 한 가지로 요약된다. 자치구에서 '돈 가뭄'을 겪는 주된 이유가 잇단 무상시리즈에 기인한다. 각종 복지사업이 자치구의 살림을 축내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빈 주머니를 채워주는 것이 해법이다. 서울 구청장협의회장인 노현송 강서구청장 등 25개 기초단체장이 인식을 같이 한 기초연금 증가액 전액 국비지원, 무상보육 국고보조율 인상(35%→40%), 지방소비세율 5% 인상 등 요구가 부당하지 않은 이유다.
성동구, 중랑구 등 10개 안팎의 자치구는 이르면 내달부터 65세 이상 어르신과 5세 이하 아동에게 복지 혜택을 중단해야 할 판이다. 시민 생활 최전선의 곳간에 빨간 불이 켜졌다. 곧 닥쳐올 자치구의 재정 위기를에정부가 서둘러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할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