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의 한국 방문은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지난 1984년 5월 한국 천주교회 200주년을 맞아 닷새 동안 방문한 것과 1989년 10월 제44차 세계성체대회를 위해 서울을 찾은 이후 25년 만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번 방한에서 세월호 참사 생존자와 유가족을 만나 위로의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
교황의 이번 방한 일정을 살펴보면 주요 인사가 아닌 대다수의 평범한, 우리 사회에서 존중받아야 하지만 소외된 사람들에게 집중된다. 이는 교황이 지난해 3월 즉위한 이후 바티칸 궁이 아닌 게스트하우스에 머무는 등 지금까지 보여준 일련의 행보와 일치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교황의 이번 방문에 대한 대중의 기대감과는 달리 정치권에서는 벌써 걱정이 앞서는 모양이다. 새누리당 이군현 사무총장은 12일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세월호 특별법 투쟁의 계기로 삼으려는 등 교황의 방한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며 일찌감치 선을 그었다.
이처럼 종교적 가치관을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려는 시도도 잘못이겠지만, 진정한 문제는 세월호 참사를 겪고서도 교황의 전하려는 진정한 메시지를 듣지 못하는 무지에서도 찾을 수 있다. 여야는 교황의 방한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려는 시도가 아닌 교훈을 얻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교황의 이번 방한이 한국사회에 속 갈등을 봉합하고 인간 존엄의 가치를 생각하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생명에 대한 경시와 물질만능주의적 사고, 힘든 이웃을 돌아보지 않는 우리 사회를 밝게 비추는 한 줄기 큰 빛으로 정치권이 자성할 수 있는 역사적 흐름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