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기의 필담] ‘무관의 제왕’ 최민식, ‘명량’으로 천만배우 합류

2014-08-12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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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주경제 DB]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 배우 최민식(52)의 데뷔 년도는 정확하지 않으나 1982년 극단 ‘뿌리 우리 읍내’로 본다면 연기를 시작한지 30년이 넘었다. 최민식은 ‘데뷔를 언제 했는지가 뭐가 중요하느냐’라며 주변에도 잘 알리지 않는다고 전해진다.

대체불가 배우로 손꼽히는 최민식은 연기적인 면에서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라고 칭해도 손색이 없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연륜이 묻어나는 그의 연기에 많은 영화인들과 관객들이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운다. 그러나 최민식은 ‘무관의 제왕’에 가깝다.

최민식의 필모그래피 중 천만관객을 넘은 작품은 없다. 가장 성적이 높은 영화는 ‘쉬리’다. MBC ‘서울의 달’에서 이미 호흡을 맞춘 학교후배 한석규와, 황정민, 송강호, 김윤진, 박용우 등과 함께 출연한 ‘쉬리’의 관객수는 582만여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이 구축되기 전인 1999년 작품이기 때문에 추정 수치다.

2012년 작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가 472만여명을 모집했으며 황정민, 이정재, 박성웅 등과 호흡을 맞춘 ‘신세계’가 468만 2400여명을 기록했다.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326만 9000여명을 끌어들인 바 있다.

어찌 보면 최민식의 네임벨류에 비해 아쉬운 성적이다. ‘쉬리’로 대종상 남우주연상, 백상예술대상 남자최우수연기상, 디렉터스 컷 시상식 올해의 연기자상(‘해피엔드’ 포함)을 수상하고, 2001년 ‘파이란’으로 도빌아시아영화제 남우주연상,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차지했지만 흥행 면에서는 홈런을 친 경험은 없다.
 

[사진=영화 '명량' 스틸컷]

최민식 입장에서는 ‘천만영화’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배우가 좋은 작품으로 좋은 연기를 보여줄 수 있으면 됐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지난 2012년 ‘범죄와의 전쟁’으로 제33회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최민식은 수상 소감으로 “영화계의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 잔칫날에 이렇게 상도 받고 기분 째지는 날이지만 마음 한 구석은 무거운 기분이 든다”고 말문을 열었다.

“주제 넘게 한마디 하겠다”는 그는 “어떤 동료 감독이 자기 자신의 작품을, 자식 같은 작품을 스스로 죽이는 모습을 봤다. 우리는 주류에서 화려한 잔치를 벌이고 있지만 우리의 동료 감독 누구는 지금 쓴 소주를 마시며 비통해져 있을 것”이라며 “상업영화든 비상업영화든, 한 해를 마무리하는 영화제 최고의 잔칫날에 그런 동료들이 없어야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영화계에 대한 진정한 애정이 느껴지는 수상소감이었다. 그래서 최민식의 ‘천만배우 등극’의 의미는 남다르다.

일각에서는 스크린 독과점을 운운할 수 있으나 ‘명량’의 열기는 ‘거대기업 CJ의 자사 작품 밀어주기’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도 뜨겁다. 기자가 직접 평일 저녁 멀티플렉스에서 ‘명량’을 예매하려고 했을 때 잔여석이 대부분 ‘0’ 또는 ‘2’ 정도였다. 심지어 끝에 한 자리를 비워두고 예매를 해도, 꼭 옆자리에 혼자 앉아 보는 관객이 있어 놀라움을 자아냈다.

‘명량’의 흥행이 대한민국 국민이 좋아하는 위인 이순신 장군에 있다 하더라도, 이순신 장군을 연기한 최민식이 없었다면 ‘역대 최단기간 천만관객 돌파 영화의 등장’도 훗날을 기약해야하지 않았을까.

‘명량’은 11일 누적 관객수 1100만을 넘어 1130만 4171명을 기록했다. 꾸준히 10만명 이상의 예매율을 보이고 있는 ‘명량’은 명실상부 2014년 최고 흥행작으로 등극할 전망이다.

‘무관의 제왕’에서 ‘진정한 제왕’으로 등극한 최민식. 최민식의 지난 30년보다 앞으로의 30년이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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