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하의 갤럭시노트] '명량', 산해진미를 일회용 접시에 담아서야…

2014-08-07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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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 스틸컷 [사진 제공=CJ 엔터테인먼트]

아주경제 김은하 기자 = 정성스레 준비한 명절 음식을 제대로 담아 내기 위해 짚으로 된 수세미에 재를 묻혀 반질반질하게 닦아 놋그릇을 준비하듯이 담음새는 엄연한 요리의 과정이다. “어떻게 담아 어떻게 마무리했느냐”는 “어떻게 맛을 냈느냐”만큼 중요하다. tvN ‘마스터쉐프코리아’에서 저명한 쉐프 강레오가 도전자를 향해 “아무개 씨, 플래이팅(Plating·음식을 접시에 담아내는 모양새) 이것밖에 못해요?”라고 불호령을 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한 시간 만에 만든 요리도 이러한데 수개월에 걸쳐 제작되는 영화는 오죽할까? 더구나 영화 ‘명량’은 관객을 만나기 위해 2년이라는 시간과 148억원이라는 제작비가 소요됐다. 헌데 담음새가 영 시원치 않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아는 사람이자 위인 선호도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는 인물 이순신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 ‘명량’은 명량대첩을 소재로 한 최초의 작품답게 대규모 해상전투 장면에 61분이라는 시간을 할애했다. 그만큼 중요한 해상전투의 CG가 12척의 배로 330척의 왜선을 물리쳐야 하는 이순신의 고독과 외로움에 흠뻑 취해 무방비 상태가 된 관객을 불현듯 공격한다. 길어서가 아니다, 허술해서다.

패배를 확신하는 두려움과 그 두려움을 용납하지 않는 이순신에 대한 원망으로 노를 저어대는 이들을 비추다가 그들이 젓는 배가 바다 위를 항해하는 장면으로 전환되는 찰나, 바다와 배의 어색한 경계선이 극장 안에 작은 실소를 부른다.

광활한 바다 위에 330척의 왜선이 떠 있는 장면에서도 옆자리 관객은 “아, 뭐야. KBS2 ‘꽃보다 남자’에서 나온 오리CG도 아니고”라며 투덜거렸다. 왜군의 파죽지세 공격에도 흔들리지 않고 때를 기다렸다가 기회의 순간에서야 “발포하라”고 벼락처럼 외치는 이순신, 그 뒤에 있는 구름과 산이 동시에 외친다. “나 CG다”.

‘명량’은 억지 감동을 위해 픽션을 섞거나 하는 잔꾀를 부리지 않고 ‘지형과 시간을 이용한 전술과 군사들의 피ㆍ땀만으로 적을 물리친다’는 팩트를 우직하게 우려냈다. 거기에 배우의 호연이 더해지니 그 맛이 깊지 않을 리 없다. 하지만 제작비가 부족했던 것일까, 아쉬운 후반 작업 탓에 산해진미를 일회용 접시에 담아 낸 듯한 진한 아쉬움은 관객이 알아서 풀어야 할 몫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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