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 28사단에서 선임병들의 성추행 및 가혹행위로 사망한 윤일병 사건으로 육군참모총장이 사임하면서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의 책임론이 빠르게 부상해 그의 거취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윤일병 사건은 김관진 안보실장이 국방장관으로 재직 중이던 지난 4월에 발생해 그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야당의 주장이다.
◆김관진 실장의 1라운드…천안함·연평도로 사임한 후배 '구원투수'
김 안보실장은 이명박 정부 말기인 2012년 12월 국방 장관에 발탁됐다. 당시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 사건을 잇따라 겪은 김태영(육사 29기) 국방 장관이 물러나면서다.
당시 김 안보실장은 합동참모의장을 역임한 뒤 전역한 상황이었다. 육군참모총장을 거친 인물들의 전유물이었던 국방장관 자리에 합동참모의장을 지낸 김 안보실장이 발탁된 것은 이례적이었다.
노무현 정부에서 윤광웅 장관은 해군중장 출신으로 전례없이 국방 장관으로 간 첫 사례이긴 하지만 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육군참모총장을 거쳐야 장관이 될 수 있었다. 게다가 김 안보실장은 김태영 장관보다 육사 1기수 선배였다.
◆김관진 실장의 2라운드…후임 장관 내정자 비리 혐의로 물러나 유임, '장수 국방장관'
김병관 당시 국방장관 내정자는 전역 후 무기중개업체 취업과 부동산 투기, 위장 전입, 늑장 납세 등 각종 비리 의혹에 자진사퇴했다. 이후 상황은 의외로 김안보 실장에게 유리하게 전개됐다. 새로운 장관을 임명할 것이라는 추측을 깨고 박근혜 대통령은 김 안보실장을 국방장관에 유임시켰다.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장관에 유임된 첫 인물인 동시에 이명박 정권 2년 동안과 박근혜 정권 1년 반의 시간 동안 장관을 역임한, 그는 43명의 역대 국방장관들 중 4번째로 오래 재임했으며 1987년 이후 가장 '장수'한 국방장관으로 그의 '관운'설이 이때부터 돌기 시작했다.
◆김관진 실장의 3라운드…세월호 정국 속 청와대 안보 컨트롤타워로…
2014년 4월 전국을 슬픔에 빠지게 만든 세월호 여객선 침몰사고도 김관진 실장에게 또 한번의 기회를 가져다 준다.
세월호 참사가 터진 후 4월 23일 당시 청와대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이 청와대 역할을 두고 "청와대는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는 책임 회피성 발언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세월호 사고를 통해 드러난 우리 사회의 잘못된 관행과 공직사회의 적폐를 척결하겠다며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국가개조를 추진하기 위해 김장수 전 실장을 경질했다.
당시 국방장관으로 있던 김관진 실장은 이번에도 김장수 전 실장의 구원 투수로 청와대에 입성한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이 시기는 28사단 윤일병 사망사건이 발생한 그 시점이기도 하다.
당시 박 대통령은 국가안보실장 자리에 전라북도 전주 출신인 김관진 실장을 앉힌 것도 당시 호남권 인사가 전무했기 때문이다.
윤병세 외교부장관도 차기 국가안보실장 후보로 꼽혀 군 독식 논란을 피할 수 있지만 당시 안보상황에서는 군 전문가가 국가안보실장을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던 이유도 한 몫했다.
박 대통령은 또 후임 한민구 국방 장관과는 육사 선후배 사이로 이명박정부 시절에 이미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으로서 1년 가까이 손발을 맞춰봤기 때문에 국방안보라인의 업무와 소통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관진 실장의 4라운드...그의 관운, 이번에도 통할까
이처럼 3번의 구원투수로 관운을 뽐낸 김 안보실장이 28사단에서 일어난 윤일병 사건으로 그의 운도 끝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향후 비판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을 경우 김관진 안보실장과 한민구 국방장관에 대한 문책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군에서는 앞서 28사단장에 이어 육군 참모총장까지 물러남에 따라 연쇄적인 문책 및 인사 후폭풍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