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7.30 재보선 결과로 확인된 민심은 정권 심판이 아닌 ‘경제 살리기’였다. 오랜 경기 침체 속에서 세월호 참사로 내수경제마저 위축되면서 피로감이 쌓인 유권자들은 투쟁을 통한 정권 심판론 대신 ‘밥 먹여주고 호주머니 채워줄’ 후보에게 과감하게 표를 던진 것이다.
여기다 선거전 때마침 꾸려진 최경환 새 경제팀이 발표한 41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골자로 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은 국민들의 민생 요구에 기름칠을 제대로 하며 집권여당에게 당초 기대한 과반의석보다 훨씬 넘치는 자리를 안겨줬다.
◇‘경제민주화’체감도 떨어져 ‘경제 살리기’ 정책도 버린 꼴
새정치연합이라고 해서 그동안 민생을 계속 외면했던 것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당시 공약으로 제시했던 ‘경제 민주화’에 대한 국민적 요구를 담아내며 규제 완화를 통한 내수활성화에 집중해왔다.
그 덕분에 박근혜 정부 들어 △중소기업사업영역 보호(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류) △대규모 기업집단에 대한 신규 순환출자금지(공정거래법)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한도축소(은행법) 등이 이뤄졌다.
하지만 이내 국민들은 자신들이 먹고 사는 문제와 큰 연관성이 없는 경제민주화 목소리에 피로감을 느꼈다. 경제민주화 요구가 잦아들자, 박근혜 정부도 당초 약속했던 경제민주화 관련 공약 12개 가운데 앞서 3가지만 입법화 했을 뿐이다.
새정치연합도 재보선을 앞두고 나름의 경제 살리기 정책을 내놓기는 했다. 지난 7월초 새정치연합 정책위원회는 가계소득을 높여 선순환구조를 이끌어야한다는 ‘가계소득 중심 경제성장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생활비부담 완화와 기초소득 향상, 일자리를 늘리기 등을 통해 대기업에 집중된 자본을 가계로 재분배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기업이 주도하는 ‘낙수효과’에 대한 문제제기를 한 것으로 사실상 이번에 새 경제팀이 내놓은 경제정책과도 일견 맥을 같이한다.
하지만 이같은 경제정책 발표와 후속 조치에 대해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재보선 현장에서 한번도 이를 제대로 언급하지 않는 등 국민과의 소통을 통한 정책 알리기에 실패했다. 좋은 정책을 애써 내놓고도 홍보 한번 못한채 스스로 버린 셈이 되고 만 것이다.
◇야당, 민심 얻으려면 건전한 경제정책 감시자 돼야
19대 국회 들어 여야는 6·4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 인사청문회 등을 잇달아 치르면서 사실상 입법 활동에 둘다 손을 놨었다. 지난 5월2일 여야가 무더기로 법안을 통과시킨 이후 지난 3개월간 법률안 처리 실적인 ‘0’인 것이 이를 입증한다.
새누리당은 재보선 승리이후 자신감이 붙어 새 경제팀의 경제살리기를 적극 지원하겠다면서 경제 정책 입법화 드라이브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재보선 다음날 “민생 경제를 활성화시켜 서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달라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박근혜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민생경제 활성화 정책을 성공시키겠다”고 밝혔다. 4일 세법관련 당정협의가 경제활성화 행보의 시발점이다. 이날 세법개정안과 2015년도 예산안 편성을 시작으로 8월 임시국회와 9월 임시국회에서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새정치연합도 한편으론 정책정당으로 거듭날 절호의 기회를 얻었다. 오는 2016년 4월 총선까지 굵직한 선거가 없다는 점에서 정책 대안 모색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이번 새경제팀이 내놓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등을 골자로 한 새경제팀의 경제정책에 대한 우려감이 큰 상황에서 건전한 감시자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김태동 성균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지금 새경제팀이 내놓은 경기부양책은 앞서 또한번 경제위기를 일으킬 정도로 부작용이 많을 것”이라면서 “특히 LTV와 DTI 규제완화는 투기를 조장하는 것으로 가계 경제를 파탄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가까운 일본과 미국이 부동산 규제 완화로 인해 가계경제가 힘들어진 교훈을 타산지석 삼아, 야당이 정신차리고 경제정책 감시자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