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신 스틸러, 장면을 훔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풀어 해석하자면 조연이지만 자신만의 독보적 존재감을 과시하며 극을 이끄는 사람이다. 간혹 단역배우 중에서도 신 스틸러가 있는데, 이들 때문에 드라마를 보는 재미는 배가 된다.
신 스틸러를 찾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외모는 차치하더라도 연기력이 밑바탕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캐스팅 디렉터는 고민에 빠진다. 연극이나 뮤지컬 무대에서 내공을 갈고 닦은 스타를 발굴, 그들이 빛을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많은 캐스팅 디렉터가 발품을 팔았기 때문일까. 최근 안방극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신 스틸러가 있다. 한 회에 한 신이 전부인데도 이름이 궁금한 배우. SBS 월화드라마 '유혹'(극본 한지훈·연출 박영수)과 KBS2 수목드라마 '조선 총잡이'(극본 이정우·연출 김정민), SBS 수목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극본 노희경·연출 김규태)에서 세 명의 신 스틸러를 찾았다.
드라마 '신의 선물', '너희들은 포위됐다', '미래의 선택' 등에 출연하면 얼굴을 알려온 안세하의 포텐(potential)이 터졌다. '유혹'에서 돈 냄새를 기가 막히게 맡는 박한수 역을 맡아 이정신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10만 팬을 거느린 씨엔블루의 이정신보다 안세하가 더 눈에 띄는 이유는 뭘까.
안세하는 2013년 드라마 '우와한 녀'를 통해 드라마에 데뷔한 신인 중의 신인이다. 시청자에게 얼굴을 비친 건 불과 2년, 짧은 시간이지만 미친 존재감을 과시하며 안방극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무서운' 신인으로 꼽히고 있다.
'유혹'에서 역시 자신의 영역을 확고히 했다. 80개 얼굴 근육을 모두 사용하는 표정 연기라든지 성대를 자유자재로 가지고 노는 목소리 연기까지, 그가 선보이는 농익은 연기는 2년 차 신인이라고는 믿을 수 없다. 20년 차 베테랑 배우 최지우와 견주어도 손색없다.
안세하는 방송 전 "그동안 과분한 작품들을 만나 감사해하고 있다. 이번에도 좋은 배우들과 함께할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 새로운 연기로 시청자들에게 유쾌함을 선사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 차례도 하락하지 않고 상승 중인 '조선 총잡이'를 보는 또 다른 재미는 이동휘를 보는 데 있다. 박윤강(이준기)를 돕는 절친 한정훈 역을 맡았다. 부족함 없는 실력을 지녔지만, 집무 시간에 몰래 술 마시기, 기방 드나들며 간보기가 특기인 불량 포교인데 진지함과 우스꽝스러움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극을 이끈다.
이동휘가 등장하는 장면이 '조선 총잡이'의 결정적 장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시도 긴장을 풀 수 없는 '조선 총잡이'에서 쉴 틈을 주기 때문이다. 이동휘는 한정훈을 자신의 몸에 딱 맞는 옷으로 재단했다.
서울예술대학교 연극과 출신인 이동휘는 시청자들에게 다소 낯선 이름이지만, 스크린에서 주목받는 배우 중 한 명이다. 지난 2013년 영화 '집으로 가는 길'에서 고수의 친구 광식 역으로 눈도장을 찍은 후, 올해 강형철 감독의 '타짜2'에서는 충무로에 소문이 날만큼 주목받고 있다.
이동휘의 소속사 심엔터테테인먼트 심정운대표는 "이동휘는 충무로에서는 이미 이름이 많이 알려져 있을 정도로 연기력이 대단하다. '조선총잡이'를 통해 대중에게 더 많이 이동휘라는 배우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잘 지켜봐 달라"고 기대를 부탁했다.
조인성과 공효진의 만남,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노희경 작가의 컴백으로 화제가 된 '괜찮아 사랑이야'의 숨은 주역이 있다. 섹스 공포증을 앓는 지해수(공효진)을 두고 바람을 핀 최호 역의 도상우가 그 주인공. 우유부단하고 따뜻해 보이지만 성공에 대한 열망으로 다른 여자와 몸을 섞으면서도 지해수를 놓지 못하는 다소 찌질한 캐릭터지만 도상우 특유희 연기로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도상우의 연기 경력은 그리 길지 않다. 2008년 서울패션위크 이주영 패션쇼의 런웨이를 걸으면서 연예계에 입문, 이후 드라마 '오! 보이'와 '꽃미남 라면가게' 등을 거치며 모델 출신 꽃미남 배우 계보를 이었다. 화보나 작품에서 매번 다른 얼굴을 보이는 팔색조 매력을 갖췄다.
도상우는 시청자의 관심과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방송 분량을 확보해나가고 있다. 훈훈한 분위기의 촬영 현장에서 신인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는 전언이다. 김영섭 SBS 드라마 CP는 "현재 '괜찮아 사랑이야'를 보면 팀워크가 무척 좋다. 작품성과 화제성을 모두 모았던 '그 겨울, 바람이 분다'가 생각난다. 올여름에 화제를 모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