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경고 그림'을 도입하면 흡연율이 감소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업계는 흡연율 감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유명무실한 정책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보건복지부가 담뱃갑 경고그림 입법화를 추진 중이다.
보건복지부는 흡연의 폐해를 묘사하는 경고그림을 담뱃갑 앞·뒤·옆 면적의 50% 이상 크기로 부착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이르면 이달 안에 입법예고하고 국회에 제출해 법제화할 방침이다.
하지만 담배업계의 입장은 다르다. 경고그림을 도입한 국가들이 흡연율 감소에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2001년 경고그림을 도입한 캐나다의 흡연율 감소추세를 보면 도입 전에는 5년간 연평균 1%p이던 흡연감소율이 도입 후에는 연평균 0.4%p 감소에 그쳐 오히려 완만해졌다.
또 2005년 경고그림을 도입한 태국은 도입 전후 5년간 연평균 흡연감소율이 각각 0.2%p와 0.1%p로 큰 차이가 없었다. 싱가폴과 베네수엘라는 경고그림 도입 전 5년간 평균 0.3%p의 흡연감소율을 보였으나 도입 후에는 흡연율이 오히려 증가했다.
업계에 따르면 경고그림의 표현강도와 면적확대도 흡연율 감소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2002년 경고그림을 도입한 브라질은 2004년과 2008년에 걸쳐 경고그림의 내용을 더욱더 끔찍한 그림 등으로 바꿔 표현 강도를 높였다. 하지만 2002년 13.5%이던 흡연율이 2009년에는 13.2%를 기록해 6년 동안 단 0.3%p 감소하는데 그쳤다.
2008년 담뱃갑의 35% 크기로 경고그림을 도입한 루마니아의 흡연율은 다음해 0.9%p가 감소했으나, 같은 해 루마니아보다 더 큰 크기로 경고그림을 도입한 영국의 흡연율은 제자리걸음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해외 사례를 두고 담배업계는 국내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되풀이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오히려 흡연율 감소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굳이 '경고그림'을 도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성인남성흡연율은 지난 10년간 20%p 이상 감소하며, 2010년에 39.6%를 기록해 최초로 30%대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체 흡연율 역시 지난 2004년 30.4%에서 2009년 22.3%로 떨어져 연평균 1.42%p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OECD 주요국의 평균 흡연 감소율과 비교했을 때 3배나 높은 수치다.
담배업계 관계자는 "현재 담뱃갑 경고그림을 도입한 국가는 59개국에 이르며, 34개 OECD 회원국 중에는 16개국에서 이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중국, 베트남 등 전매 역사가 있고 자국기업이 국내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대다수 국가는 경고그림을 도입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고그림이 흡연율과 상관관계가 명확치 않을 뿐 아니라 시각적 폭력 등 사회적 부작용을 유발한다는 주장도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