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정부가 추진중인 기업소득환류세제(사내 유보금 과세)는 경영에 대한 정부의 간섭이자 임금·투자 증대 효과보다는 오히려 기업의 투자요인을 줄일 수 있으며, 극단적으로 본사의 해외이전까지 이어질 수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 주최로 29일 오후 2시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 에메랄드룸에서 열린 ‘사내유보금과세, 쟁점과 평가: 기업소득 환류세제, 무엇이 문제인가?’ 세미나 참석자들은 일제히 기업소득환류세제에 대해 정부의 보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권태신 한경연 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기업의 본성은 수익이 나지 않는 현금자산을 보유하기 보다는 투자를 통해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데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현금성 자산이 증가하는 것은 미래의 불확실한 상황을 대비하는데 목적이 있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초점은 정책투명성 확보와 규제개혁에 맞춰져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윤경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사내유보금 과세제도 도입의 문제점과 정책방향’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기업소득환류세제는 결국 적정유보초과소득과세의 재도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일부 정치권에서는 유보금에 대한 과세를 통해 배당소득세 회피를 막고 기업들의 투자와 고용을 유도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유보금에 대한 과세는 배당소득의 부당한 유보를 통한 과세의 불평등성을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것으로 투자증대와 고용확대 목적의 조세제도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투자자로서는 적은 세액공제를 위해 큰 손해를 부담해야하는 상황에 직면하기 때문에 이번 과세정책이 임금인상으로 연결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기업들로 하여금 이익증가 유인을 감소시키거나 해외투자 확대를 모색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과세 도입 논의에 있어서는 그 목적과 대상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선행돼야 함에도 사내유보금이 줄면 투자가 늘 것이라는 오류성 전제하에 재도입을 주장하는 것은 무리다”며, “기존에 폐지된 구 제도와 마찬가지로 세원확보의 의미 외에는 실효성이 없고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기업 재무구조와 투자에 왜곡을 가져올 수 있다. 기업으로서는 법인세율 증가로 여겨 경영환경이 악화될 것으로 우려돼 법인의 해외이주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토론시간에는 전방위적으로 기업소득환류세제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됐다.
연강흠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는 임금인상을 하면 사내유보 과세에서 공제해준다는 정책이 결과적으로 기업의 투자유인을 감소시킬 것이라고 평가했다. 연 교수는 “적은 세액공제를 위해 기업은 큰 손해를 부담해야한다”며, “과세정책의 임금인상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고, 기업들의 이익증가 유인 감퇴, 해외투자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최승재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이미 법인세를 부담하고 남은 금액에 다시 과세를 한다면 동일한 과세대상에 대해서 이중으로 과세를 하는 것인데, 우리 헌법이 이런 세제를 허용하는지는 의문이 있을 수 있어 신중하게 검토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승렬 한국상장회사협의회 회원지원본부장도 “기업소득환류세가 투자, 배당 및 임금 수준 결정 등 기업의 경영의사결정 과정에 정부가 개입하는 유례없는 제도라는 점을 감안할 때 과세대상으로 삼을 유보이익의 범위(당기 이익의 일정 비율)는 충분한 논의 및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황인태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익을 내는 정상적인 기업의 경우 유보금이 증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므로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 ‘사내유보금’이라는 용어를 ‘이익잉여금 누계액’으로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