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이장영 금융연수원장 "금융권 신뢰회복, 교육이 해답"

2014-07-28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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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장영 한국금융연수원장. [[사진=김세구 기자 k39@]]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금융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인식, 문화를 바꿔야 금융사고도 막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지난해 동양그룹 계열사 부실채권 불완전판매에 이어 올 초 카드사 정보유출, 해외지점 부당대출 등 금융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이미 금융권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진 지 오래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이장영 한국금융연수원장은 '교육'을 꼽았다. 양심적인 금융 전문가를 양성하는 과정이 부족하다는 점이 각종 사고의 원인 중 하나라는 분석이다.

◆ "금융 교육으로 소비자보호 문화 정착시켜야"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의 집무실에서 이장영 원장을 만났다. 금융사고에 대한 얘기를 꺼내자 이 원장은 다소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은행들이 내부 통제를 강화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죠. 미국에서는 보호를 받는 휘슬 블로어(내부고발자)가 우리나라에서는 좌천되는 상황이니까요. 내부에서 거래를 감시하고 도덕적 해이를 막는 시스템이 있다 하더라도 직원들의 인식이 따라줘야 합니다."

이 원장은 내부 통제와 더불어 보다 체계적인 운영위험관리체계가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원발생건수, 시스템 중단건수 등 사고를 미리 예고하는 지표들이 있는데 이런 리스크(위험) 지표들을 잘 모니터링하고, 핵심 리스크 인덱스 지표를 만들어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금융사고를 사전에 예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금융회사가 자체 감사, 준법감시 등을 강화해야 한다. 그는 이를 위해 교육이 필요하다고 봤다. 여기서 그가 말한 교육은 금융권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다.

이 원장은 미국 로욜라대의 로렌 윌리스 교수를 인용해 "개인에 대한 금융교육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금융 상품을 직접 판매하는 사람들이 양심적으로 행동해 소비자들의 피해를 줄이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취지로 연수원은 지난해 금융소비자보호 과정을 개설했고 이달부터는 개인정보보호 강화, IT정보보안 관련 무료 강의도 진행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최근 가장 '핫(Hot)'한 프로그램이었다.

이 원장은 지난 4월로 취임 2주년을 맞았다. 연수원장의 임기는 3년이다. 그가 취임 직후 가장 먼저 한 일은 국내 금융계 인사들과 은행장들을 찾아가 금융인재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이었다.

그는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니 이제는 과거의 성공방식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금융인재 양성에 대한 새로운 방식과 마인드로 무장해야 할 시기임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더구나 금융 환경이 시시각각 변하고 금융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는 요즘은 그 필요성이 더욱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이를 바탕으로 이 원장은 취임 후 연수선진화종합계획을 내놓았다. 2012년 1단계를 통해 연수과정 신규개발, 금융교육 컨설팅 등을 강화한 데 이어 지난해 7월 강사 경쟁력 강화, 직원 전문성 강화 등을 담은 2단계 계획을 발표하고 추진중이다.

이 원장은 이처럼 탄탄한 금융교육을 통해 비뚤어진 금융권에 대한 인식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금융권이 대중으로부터 신뢰를 잃으면서 탐욕스런 집단으로 낙인이 찍혔다"면서 "국내 금융시스템이 선진화하려면 규제완화나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한데 신뢰부터 회복해야 이것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 연수 실적, 10년만에 3배 늘어…"그래도 갈 길이 멀다"

금융연수원은 국내 은행 및 보증기관 등 20곳이 공동 출자해 설립됐다. 주로 은행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집합연수와 온라인상의 연수를 병행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연수 실적만 총 18만2990명으로 10여년 전인 1997년(6만223명)에 비해 세 배나 증가했다. 사원기관이 아닌 금융기관 514곳에서도 4만8612명이 연수를 받았다. 누적 기록으로 보면 작년 말 기준으로 250만명이 넘는 금융인들이 연수원에서 교육을 받은 셈이다.

덕분에 고용노동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으로부터 우수교육기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 원장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말했다.

금융마이스터 과정을 정착시키는 것이 그 중 하나다. 2011년 도입된 이 제도는 금융영역별로 전문연수과정을 이수하고 일정기간 해당 부문에서 경력을 쌓으면 전문성을 인정해주는 제도다. 지난 2012년 외환 부문과 국제금융 부문에 이어 올 들어서는 개인금융 부문에서도 마이스터를 배출했다.

금융권 취업을 희망하는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순회방문 진로교육도 지속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소외계층을 중심으로 교육을 지원하는 등 사회공헌 차원에서 이를 이어간다는 게 이 원장의 계획이다.

해외 연수기관과의 교류도 눈에 띈다. 현재 금융연수원은 미국과 일본, 영국, 대만, 스위스 등 12개국의 해외 금융교육기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한 상태다. 연수과정 공동개발, 교수진 상호교류 등을 진행하면서 국제적 영향력도 높아져왔다. 덕분에 2015년에 열릴 제 21차 세계금융연수기관장 회의(WCBI)는 한국에서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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