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설경영협회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건설공사 입찰담합 근절 및 경영위기 극복 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공정경쟁과 준법경영 실천'을 선언했다.
이 행사에는 허명수 협회장(GS건설 부회장)을 비롯해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 박영식 대우건설 사장, 김동수 대림산업 사장, 윤영구 한양 사장, 이시구 계룡건설산업 회장, 이만영 한진중공업 사장, 이순병 동부건설 부회장, 오병삼 두산건설 부사장, 윤창운 코오롱글로벌 사장, 장해남 경남기업 사장 등 대형 건설사 임직원 15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토론회에 앞서 선언문을 발표하고 "입찰담합 등 불공정 행위로 국민께 심려를 끼친 것을 깊이 반성한다"며 머리를 숙였다.
또 "각사의 준법경영시스템을 철저히 실천하고 공정한 경쟁을 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2년 사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처분을 받은 회사는 100대 건설사 가운데 46개사로, 과징금 규모가 4500억원에 달한다.
인천지하철 2호선, 대구지하철 3호선, 부산지하철 1호선, 경인아라뱃길 등 지난 정부에서 발주한 대형 국책 사업의 상당수가 이미 담합 판정을 받았다. 또 공정거래위원회는 오는 24일 호남고속철도 공사 담합에 참여한 건설사에 대한 제재를 발표할 예정이다.
해당 건설사들은 수백억원대의 과징금뿐 아니라 공공공사 입찰 참가 제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으로 경영에 타격이 크다며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호소문을 통해 "다수의 국책 건설사업이 사실상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상태에서 발주됐지만 국책사업을 차질없이 완수한다는 사명감으로 손실을 감수하면서 공사를 수행했다"며 "건설사들이 불공정 행위로 엄청난 부당이익을 챙긴 것처럼 호도돼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이은 입찰담합 조사와 과징금, 손해배상 소송 등으로 건설사들이 생사의 기로에 놓였다"며 "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선처해 달라"고 덧붙였다.
토론회 기조연설에 나선 신현윤 연세대 부총장은 "건설업이 국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해외시장 수주에 제약을 받을 가능성도 있는 만큼 건설사에 대한 조사나 처분을 일시적으로 유예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입찰담합의 유발요인 분석 및 해결방안’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신영수 경북대 교수도 “입찰담합의 위법성을 판단할 때에는 경쟁제한성, 담합유발 요인 등 건설시장의 특수성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며 건설분야 입찰담합의 환경적 요인 중에는 △중소건설사 육성, 지역경제 보호, 고용창출 등 복합적 정책 고려로 낙찰자 선정에서 순수한 경쟁원칙이 작동하지 않고 있는 점 △입찰과정의 절차적 공정성 보다는 적기 시공을 중시하는 발주처의 들러리 요구 관행 △공공공사 입찰담합에 따른 일정 부분의 가격 상승 역시 예정가격 이내에서 결정되는 구조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호영 한양대 교수는 ‘건설입찰담합 특별조치 방안 검토’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무수히 많은 입찰담합 혐의 중 제한된 수의 중요한 입찰담합 사건을 선별해 신속하게 처리했던 과거 영국 공정거래청의 입찰담합 일괄조사 사례를 활용해 건설입찰담합에 대한 일괄조사, 건설입찰담합 제재의 합리적 조정, 부정당업자 입찰참가자격제한 취소 등 다양한 조치들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