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전문무역상사를 법으로 지정해 수출 역량이 부족한 중소·중견기업의 수출을 지원하는 내용의 대외무역법 시행령을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최근 3년간 평균 또는 직전 연도의 수출액이 100만달러 이상, 전체 수출실적에서 중소·중견기업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30% 이상인 기업이면 신청 가능하다. 법적 지정을 통해 전문무역상사의 위상을 높여주고 중소기업이 안심하고 수출을 맡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로 풀이 된다.
문제는 이 제도에 대해 무역업계가 100% 환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가가 지정하는 상사 제도 무용론은 고려무역 사례로 이미 다 알려진 일인데, 과거의 구태를 포장만 바꿔 재현하려한다는 것이다.
고려무역을 살리기 위해 무역협회는 무역업계로부터 거둬들인 무역기금을 연이어 출자했고, 정부도 남북교역 및 수입물자 독점 수입권, 대공산권 수출 대행 등의 특권을 부여했다. 중소기업 수출 지원에 활용할 예산과 특권을 고려무역 살리기에 투입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려무역은 IMF 외환위기 사태를 맞은 무역협회의 구조조정 방침에 따라 1999년 파산했다. 파산 당시 회사 부채는 자산(750억원)을 훨씬 뛰어넘는 9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무역은 정부가 ‘지원’이라는 시각만 놓고 인위적으로 시장에 개입했을 때 어떻게 되는 지를 보여주는 최악의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이후 정부의 중소기업 수출지원 사업은 민간 무역상사를 선정해 수출 희망 중소기업을 매칭해주는 방식으로 바뀌었지만 이들 무역상사 운영제도는 기대만큼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업계 대표단체인 무역협회 등 유관기관들이 전문무역상사에 버금가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역협회의 비즈니스 매칭 서비스는 전담 팀이 온·오프라인 거래알선의 기존 관행을 넘어 바이어와 셀러간 상담 및 사후 관리까지 참여한다. 지원 서비스의 격을 높인 것이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이러한 업무는 전문무역상사가 영위하고 있는 업무다.
또한 전문무역상사로 지정되더라도 결국 무역협회 회원사를 대상으로 수출 대행을 해야 하고, 무역협회 등 유관기관의 서비스를 일정 수준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자체적인 수출입 역량을 발휘하기 쉽지 않다. 전문무역상사의 최저 신청 요건을 보면 선정될 가능성이 높은 상사들도 결국 중소기업이라는 것이다.
무역업체 관계자는 “굳이 정부가 나서서 무역상사를 지정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괜히 상사업계 편가르기가 될 수 있다”며, “이 제도로 인해 열심히 뛰고 있는 상사기업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