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사천) 이소현 기자 = 경남 사천에 위치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항공기 생산현장은 천장 위 무선 크레일과 항공기 부품 조립에 사용되는 드릴 돌아가는 소리로 요란했다.
18일 오전 10시에 방문한 KAI 항공기동은 3만6363㎡(1만1000평)의 규모로 축구장 3.3배 크기이며, 단층 건물이지만 기본 건물 3층 높이의 천장을 갖춘 최첨단 항공기 생산과 기술의 병참기지였다.
공장 왼쪽 귀퉁이 수리온 최종 조립라인에서는 파란색 반팔셔츠와 손에 토시를 낀 대여섯명의 근로자들이 몰려 작업에 열중이다. 항공기 이‧착륙의 핵심인 랜딩기어가 잘 작동하는지 시험 중이었다.
조립라인 곳곳에 ‘FOD 출입통제구역’이라는 팻말이 눈에 띄었으며 여타 공장에 비해 바닥이 무척 깨끗했다. 이는 이물질에 예민한 항공기의 특성 때문이다.
이날 항공기동 견학 안내를 맡은 김화성 KAI 상무는 “예전에 기술자들이 마스크를 쓰고 도색을 하거나 엔진이 있는 좁은 후방 동체에 직접 들어가서 작업을 했다”며 “지금은 자동화와 첨단화를 이루면서 작업자 안전은 물론 작업속도 향상을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오전 11시께 KAI 본사 헬기 계류장에서는 항공기동에서 생산한 ‘국산 명품 헬기’ 수리온에 탑승할 기회가 주어졌다.
수리온은 길이 19m, 높이 4.5m, 중량 8709㎏으로 최대속도 시속 272㎞를 내는 우리기술로 독자 개발한 한국형 기동헬기다.
비행은 총 20분간 진행됐으며 KAI 본사 헬기 계류장에서 사천만과 삼천포를 거쳐 돌아오는 코스였다. 수리온에 조종사 2명을 포함해 총 13명이 탑승했다.
이날 시험 비행을 맡은 김동곤 조종사는 “수리온은 조종사 중심으로 자동비행장치, 전자동 엔진제어, 통합임무 컴퓨터 등의 자동장비가 구축돼있어 야전에 투입되는 조종사들이 선호하는 기종”이라고 설명했다.
수리온의 가장 큰 장점은 제자리 비행인데 사천만에서 해상 제자리 비행시 조종사들은 어떤 조작도 없이 자동으로 헬기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두 손을 번쩍 들어 만세 자세를 유지했다.
이날 탑승의 백미는 수리온의 기동성능을 체험하는 사천만에서 삼천포로 이동하는 구간이었다. 안개가 많이 낀 관계로 통상 기동성능의 60~70% 수준이었지만 굽이굽이 펼쳐진 6부 능선을 넘으면서 단시간에 목표지점에 도달했다. 상공에서 비행을 하며 선회할 때 몸은 좌우로 45도 이상 기울었는데 마치 놀이공원의 ‘독수리 요새’를 타는 듯한 느낌이었다.
안인철 KAI 회전익비행시험팀 부장은 “개발할 때부터 몸 담아 왔던 헬기이지만 국제시장에서 통할 수 있을까 걱정스러웠다”면서 “해외 여러 헬리콥터 제조사를 다녀와 보니 수리온도 충분히 가능성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국내 기술로 개발한 수리온은 육군의 병력 수송을 위한 최초 국산 기동헬기로 대한민국을 세계 11번째 헬기 개발국가로 진입시켰다. 향후 KAI는 수리온을 기반으로한 다양한 임무 수행을 할 수 있는 파생형 헬기(경찰청헬기, 상륙기동, 의무후송 등) 개발사업을 만들어 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