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뮤직뱅크' 김호상 CP "K팝의 한계가 보이기 시작했다, 해답은…"

2014-07-18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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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뱅크' 김호상 CP[사진제공=KBS]

아주경제 이예지 기자 = 199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탄생한 K팝 아이돌 그룹은 2000년 이후 붐을 이뤘다. 동방신기, 빅뱅, 소녀시대, 카라가 1세대 한류 아이돌이라면 2PM이나 2NE1, 인피니트, 틴탑은 후발 주자로 나서 한류 열풍에 불을 지폈다. 지난 20년 동안 천천히 그리고 단단하게 성장해 온 K팝은 대한민국 대중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요 아이템이 됐다.

KBS2 '뮤직뱅크'는 K팝의 성장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봤다. 1981년 '가요톱10'을 시작으로 1998년 '브라보 신세대'를 거쳐 1998년 '뮤직뱅크'로 진화했다. 대한민국 대중가요의 지난 16년 역사가 오롯이 녹아있는 '뮤직뱅크'의 수장 김호상 CP를 최근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공개홀에서 만났다.

김호상 CP는 "세계 곳곳에 불고 있는 K팝 열풍은 당연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단계를 밟으며 찬찬히 도약해온 아이돌 문화가 이제는 사회 전반을 아우르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똘똘 뭉친 팬덤은 SNS라는 각종 매체를 통해 세계로 뻗어 나갔고, 세계 팬들은 매력적인 K팝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

"K팝은 분명 매력적인 음악이에요. 전 세계인들의 귀를 사로잡을 만하죠. 빅뱅이나 2NE1은 자신만의 색깔이 분명해서 골수팬이 많아요. 소녀시대나 걸스데이는 귀엽고 여성스러운 매력을 어필하죠. 일본의 옆 나라, 인구 4500만 명의 작은 나라에서 다양한 개성과 매력을 가진 그룹이 이 정도로 많을 줄은 상상도 못했을 겁니다."

K팝에 대한 이해가 깊다 싶었더니 석사논문을 준비하며 많은 분석을 수행했다.

"2011년에 대학원 석사과정을 밟으면서 논문을 썼어요. 소녀시대와 카라가 일본에 진출하고 또 성공하는 걸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K팝 시장의 현황과 미래에 대해서 분석해 보고 싶었어요. K팝 한류의 전성기는 2011년이었죠. 동방신기, 소녀시대, 빅뱅이 시초였다면 2PM이나 인피니트는 후발주자예요. 꾸준히 태어나고 있는 신생 그룹들이 있기 때문에 K팝 한류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김 CP는 뜨거워진 한류 열풍을 카메라에 담아 내기 위해 국내 최초 한류콘서트를 기획했다. 그 첫 번째가 '뮤직뱅크 in 도쿄'였다. 2011년 7월 일본 공연문화의 상징인 도쿄돔에서 열린 콘서트에는 4만 5000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전 세계 주요 매체가 앞다퉈 공연 현황을 보도하는 진풍경은 K팝의 달라진 위상을 반영했다. 도쿄를 시작으로 한 '뮤직뱅크' 월드투어는 프랑스 파리와 홍콩, 칠레,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터키 이스탄불까지 세계 곳곳을 돌며 K팝 알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 6월에는 브라질에서 공연했어요. 남미에서는 정말이지 한류 열풍이 뜨거워요. '뮤직뱅크'가 월드투어를 기획한 이유는 '개척'에 있어요. 아직 K팝을 알지 못하는 미개척 지역에서도 빅뱅의 노래가 흘러나오길 바라요. 저희로 하여금 K팝이 전 세계로 확산된다면 그것만큼 보람찬 일이 어디 있겠어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브라질 방문은 뿌듯했어요. 한류의 미개척지였던 브라질에서도 우리 아이돌 노래가 흘러나왔으니까요."

'뮤직뱅크'가 해외에서 한류 알리기에 기여하고 있다면 국내에서는 '외화 벌이'에 앞장서고 있다. '뮤직뱅크' 녹화 현장을 보기 위해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 회당 2000명을 넘는다. 한 달이면 약 1만 명의 해외 팬이 입국한다.

실제로 김호상 CP와의 인터뷰를 위해 KBS를 찾았던 날에도 '뮤직뱅크'를 방청하기 위해 찾은 해외 팬이 눈에 들어왔다. 일본, 중국, 필리핀 등 다양한 나라의 팬들이 우리나라 가수를 보기 위해 한국땅을 밟았다.

김 CP는 "'뮤직뱅크'가 창출하는 경제적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회를 거듭할수록 관광객이 늘고 있다. 일본에서는 '뮤직뱅크' 방청 관광 상품이 개발될 정도이고 소속사가 주도하는 한류 관광 코스에도 '뮤직뱅크'가 포함돼 있다. 사전녹화에 참여하는 팬클럽을 합치면 한 회당 3000명이 넘는 해외 팬이 다녀간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을 해외에서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해외 팬의 관심을 유도한 결정적 이유다.

"'뮤직뱅크'는 오랜 역사를 자랑해요. 꾸준히 한 길을 걸어오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음악방송으로 성장했죠. 앞으로는 세계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게 해외 방송이에요. KBS world를 통해서 전 세계 114개국에서 동시 방송되고 있는데 해외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요. 최근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외국인들이 K팝을 접할 수 있는 가장 큰 창구로 '뮤직뱅크'를 꼽을 정도니까요. '뮤직뱅크'가 점점 더 세계화되는 것 같아 뿌듯합니다."

성공의 뒤안길에는 실패도 있기 마련이다. 혹자는 음악방송 홍수 속에 살고 있다며 K팝의 더 발전된 미래를 위해서는 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11년 전성기를 이뤘던 K팝이 일본의 반한감정에 주춤하고 있으며, '강남스타일'의 성공 이후 기대를 걸었던 '젠틀맨'의 부진은 K팝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 CP는 이렇게 답했다.

"최근 K팝 한류가 주춤하고 있는 이유는 분명해요. 그동안 너무 무분별하게 공연을 많이 했어요. 공연의 질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했죠. 한 달에 2~3번씩 해외 공연을 하는데 이전 공연과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다면 가수가 아무리 좋아도 또 보러 오진 않겠죠.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의 무분별한 해외 진출은 독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김 CP는 그 해결책으로 탄탄한 라이브 실력과 화려한 퍼포먼스를 들었다. 아이돌 그룹에서 가수로, 가수에서 뮤지션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 그는 "한류나 K팝이 단기 수익 창출로 끝나서는 안 돼요. 세계문화 흐름을 주도할 수 있으려면 실력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팝스타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정도의 라이브 실력은 기본이 되어야 해요"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룹의 개성을 살리는 데 주력해야 하지만 선정적이고 노골적인 퍼포먼스는 지양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최근 탄생하는 아이돌 그룹이 자신을 알리기 위한 수단으로 노출을 선택하고 있어요. 쏟아지는 그룹 사이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라는 그들의 마음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K팝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분명한 요소입니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의상이나 퍼포먼스에 주력하기보다는 앞서 말한 대로 노래 실력을 키우는 것이 인기를 얻는 데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호상 CP는 '쇼! 음악중심'(MBC)에서 '인기가요'(SBS)까지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쉼 없이 방송되는 음악방송 사이에서 '뮤직뱅크'만의 특별함을 만들기 위해 고민했다. 시청자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것, 그것이야말로 '뮤직뱅크'가 한류를 대변하는 세계적 음악방송으로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변화를 거듭하며 성장해 온 '뮤직뱅크'가 이끌 차세대 한류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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