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헌법재판소가 자정까지 시위는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며 한정위헌 결정한 취지를 받아들인 것이다. 집시법 10조는 해가 진 후 야간 시위를 금지하고 있고, 이를 어기면 같은 법 23조 벌칙규정에 따라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10일 야간 시위에 참가한 혐의로 기소된 서창호 인권운동연대 사무국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7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서씨는 2009년 9월 오후 7시15분부터 9시까지 대구의 한 광장에서 용산참사 문제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는 등 야간 시위를 주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이번 판결이 지난 3월 내려진 헌재의 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헌재의 결정은 ('한정위헌 결정'으로) 표현한 주문의 형식에도 불구하고 (한정위헌 결정이 아니라) '해가 진 후부터 밤 12시 이전까지의 야간시위'에 대해 일부 위헌을 선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헌재의 결정은 '일부 위헌'으로서의 의미를 지니기 때문에 '밤 12시 이전 야간시위'를 처벌하도록 한 집시법 규정은 위헌 결정으로 효력을 상실했고 이 규정이 적용돼 기소된 서씨는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 대해 "헌재의 결정을 실질에 따라 판단한 것에 불과한 것"이라며 "한정위헌 결정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 기존 대법원 판결의 입장과 관계가 없는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한정위헌은 해당 법 조항은 그대로 둔 채 특정하게 해석하는 한 위헌에 해당한다고 선언하는 변형결정이다. 한정위헌은 헌재법 47조에서 규정한 위헌 결정이 아니라고 보는 것이 그동안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였다.
대법원은 현재 '야간시위'와 관련해 대법원에 계속 중인 사건을 15건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 또 대법원을 제외한 각급 법원에서도 관련 사건 360여건이 대기하고 있는 상태다.
또 대법원이 이번 판결에서 헌재 결정을 '일부 위헌'으로 판단하면서 효력을 인정했기 때문에 현재 재판이 계속되고 있는 위 사건들 외의 야간시위 참가자들도 구제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즉 헌재 결정의 대상이 됐던 2007년 5월 개정 집시법을 위반해 유죄를 확정받은 야간시위 참가자들 중 밤 12시 이전 참가자들은 법원에 재심을 청구하면 재심 재판부의 판결에 따라 무죄를 선고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