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재홍 기자 = 올해 임금단체협상(임단협)을 진행 중인 국내 완성차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계는 각 사별로 매년 노사 간 협상을 진행해 왔지만, 올해에는 ‘통상임금’ 이슈가 주요 쟁점사안으로 떠오르면서 예년과 다른 양상을 보일 가능성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일단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 통상적으로 협상안의 기준 역할을 해 오던 현대자동차의 협상 결론이 어떻게 내려질지가 가장 큰 관심사다.
현재 8차 임금협상 교섭을 진행한 현대차 노사는 10일 9번째 교섭을 통해 양 측의 이견을 좁힐 예정이다.
현재 현대차 노조 측은 기존에 통상적으로 지급해 왔던 상여금이나 복리후생비 등을 통상임금에 모두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사측은 지난 2012년 임금협상 당시 합의에 따라 지난해부터 대표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해당 소송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나온 뒤 이를 소급적용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10여차례 부분파업을 진행했던 전례가 있는 만큼 통상임금이라는 더 큰 이슈가 있는 올해에는 협상 타결까지 더 어려운 과정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따라 우선 내달 4일로 예정된 현대차 여름휴가 이전에는 협상 완료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맏형’ 격인 현대차의 협상 난항이 예상되면서 나머지 완성차 업체들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임금협상과 함께 단체협상도 함께 진행하고 있는 기아자동차는 지난 3일 임단협 3차 실무교섭 및 5차 본교섭이 마무리 됐다. 통상 현대차 협상 결과가 나온 이후 협상을 마무리했던 만큼 기아차도 우선 현대차의 협상결과에 주목하고 있는 상태다.
한국지엠은 8일에 이어 이날까지 이틀 간 진행된 노조의 쟁의 찬반투표에서 69.3%의 찬성률로 파업을 결정했다.
한국지엠 노조 측에서는 통상임금에 수당 및 상여금, 휴가비 등 정기지급 되는 금품 일체를 올해부터 모두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사측은 노조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며, 추후 논의를 통해 이견을 좁혀나가자며 노조를 설득하고 있다.
앞서 르노삼성자동차 노조는 사측과 최종 조정 실패에 따라 전날 파업 찬반투표를 거쳐 국내 완성차 업계 중 가장 먼저 파업을 결정한 상태다. 르노삼성차 노사는 통상임금과 함께 지난 2년 동안 동결돼 온 임금 인상 폭을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르노삼성차는 11일까지 집중교섭기간을 통해 이견을 좁히고, 이에 실패할 경우 정식으로 파업여부를 확정할 전망이다.
지난 2010년 이후 4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하며 가장 먼저 협상을 마무리 지었던 쌍용차도 올해는 이례적으로 협상안 도출이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통상임금을 둘러싼 이슈에 대한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우선 현대차를 비롯한 업계의 협상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현재 12차까지 교섭을 진행한 쌍용차는 10일 13차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문제는 각 사별로 파업이 진행될 경우 생산에 차질을 빚게 돼 경영 리스크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신경이 바짝 곤두서 있다.
한국지엠은 지난 7일 세르지오 호샤 사장이 전 직원에게 이메일을 통해 “파업은 모두의 고용안정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생산 물량의 추가 감소를 야기할 수 있다”며 파업 자제를 호소했고, 르노삼성차 역시 당장 파업이 진행 될 경우 오는 8월부터 예정된 미국 수출용 닛산 ‘로그’의 생산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 진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임금 이슈가 노조 측과 사측에게 중요한 문제인 만큼 올해 양 측의 이견을 좁히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을 전망”이라며 “완성차 업계의 협상 결과에 따라 우리나라 산업계 전반의 통상임금 이슈에도 적잖이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