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쿼리운용 시가배당률 1000% 훌쩍… 먹튀 논란 아랑곳

2014-06-30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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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박정수 기자 = 이명박 정부 시절 특혜ㆍ국부유출 시비를 일으킨 호주 맥쿼리그룹 국내 자회사인 맥쿼리자산운용이 이런 논란에 아랑곳 않은 채 1년 만에 시가배당률을 약 680%에서 1100%로 높이며 배당잔치를 벌였다.

역시 맥쿼리그룹 자회사인 맥쿼리투자신탁운용(옛 ING자산운용)도 마찬가지다. 채권파킹 혐의로 금융당국이 제재를 예고한 상황에서도 순이익 대부분을 배당에 쓰고 있다.

30일 금융감독원ㆍ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맥쿼리자산운용은 6월 24일 액면가 500원인 보통주 1주당 5267억원을 배당하기로 했다. 1종 및 2종 우선주에 대한 배당금은 각각 1주당 88원, 2071원이다.

보통주 기준 시가배당률이 1053.4%에 이르는 것으로 전년 676.5% 대비 380%포인트 가까이 뛰었다. 맥쿼리자산운용은 같은 기간 순이익이 약 14% 증가하는 데 그쳤으나, 1주당 배당금을 60% 가까이 늘렸다.

맥쿼리자산운용 최대주주는 약 96% 지분을 가진 맥쿼리 인프라&리얼애셋 유럽이다. 신한은행 및 신한캐피탈은 우선주 2종을 각각 2.8%와 1.2%씩 가지고 있다.

맥쿼리자산운용은 2011년까지 900%를 넘겼던 시가배당률을 이듬해 500%선까지 줄였으나 올해까지 2년 연속 되늘리는 모습이다.

맥쿼리자산운용 전무 A씨는 "순이익 증가분을 고려해 배당을 늘린 것"이라며 "2012년에도 회사 손익을 감안해 배당을 일시적으로 줄였을 뿐 다른 이유는 없었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맥쿼리자산운용이 주식워런트증권(ELW) 손실로 적자를 내고 있는 맥쿼리증권을 대신해 배당을 늘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맥쿼리증권은 2010~2011년 각각 150억원, 200억원을 배당했으나, 이듬해부터 2년 연속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배당을 하지 않았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운용사가 실적 부진을 겪는 증권사를 비롯한 모회사에 수익 대부분을 배당하기도 하지만, 배당가능이익이 제한돼 있어 맥쿼리가 해마다 고배당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맥쿼리투신운용 역시 순이익 90% 이상을 배당하고 있다. 이 회사 배당금은 2013년 82억원, 올해 59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은 같은 기간 90억원에서 64억원으로 줄었다.

맥쿼리투신운용은 현재 운용사라는 지위를 이용해 채권파킹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을'인 증권사에게 '갑' 노릇을 했다는 얘기다.

파킹거래는 운용사가 증권사에 구두로 채권 매입을 지시한 뒤 나중에 사오는 것을 이른다. 금리 하락기에는 채권 가격이 올라 운용사와 증권사 모두 이득인 반면 상승기에는 손해를 볼 수 있다. 맥쿼리투신운용은 이런 과정에서 손실을 증권사에 떠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맥쿼리투신운용 상무 B씨는 "징계와 관련된 사항은 아직 확정되지 않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2013년 말 맥쿼리그룹에 인수됐다. 초대 대표로는 ING 시절부터 회사를 맡아 온 최홍 사장이 그대로 선임됐다.

금융당국은 애초 6월 26일 맥쿼리투신운용에 징계 처분을 내릴 계획이었으나 7월로 미뤘다. 금감원 자산운용검사국 관계자는 "KB금융 제재를 비롯한 대형 안건이 몰려 있어 맥쿼리투신운용에 대한 건은 상정되지 않았다"며 "앞으로 충분한 심의를 통해 징계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금감원 자산운용검사국은 맥쿼리투신운용에 대해 3개월간 영업 일부정지와 과태료 1억원을 부과하는 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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